우리나라 승강기 사고는 실제로 2003년 42명, 2004년 67명, 2005년 94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인이 무엇일까.
한국소비자보호원 황정선 연구원은 4일 CBS 라디오 표준FM ''''뉴스매거진 오늘''''(진행; 정범구 박사, 오전 9:05-11)에 출연해 엘리베이터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를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먼저 제도적 문제를 꼽았다. 늘어난 승강기 대수에 비해 이를 검사할 인력이 태부족 하다는 것이다.
지난 1989년 우리나라의 승강기 대수는 16,000여 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폭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는 200만호 주택건설 정책을 내놓았고 이후 우후죽순 들어선 아파트와 함께 엘리베이터 수도 덩달아 급증, 현재 전국의 승강기 숫자는 총 32만여 대에 이르고 있다. 지난 17년간 무려 20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승강기 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 승강기 안전관리원과 한국 승강기 안전센터의 인력은 불과 400여명 가량이라고 황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현재 정기 검사와 수시 검사 등을 맡고 있는 이들 검사 기관들의 검사가, 전문 기술인력의 부재로 승강기 성능이 아니라 형식적인 승강기 규격 검사에 그칠 뿐이어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부산에서 일어난 승강기 사고의 경우 사고 발생 열흘 전에 승강기 안전 관리원이 검사를 했던 곳. 현재 승강기 안전검사는 안전관리원과 안전센터 두 곳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애초 1개 기관이었으나 검사기관을 나눠 경쟁하게 한다면 더 나은 안전 관리를 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 두 곳으로 나뉘게 됐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은 상황이고, 게다가 이 두 업체는 사후관리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는 것도 문제이다. 현재 사후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의 경우 보통 담당공무원이 한 명 정도에 불과해 결국 현실적으로 관리소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 아파트 주민들, 질 높은 업체보다 값 싼 업체 골라
황 연구원은 또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 주체로 사설 A/S 업체에 승강기 유지 보수를 위탁관리 하고 있지만, 이들 A/S 업체의 경우 대다수가 영세한데다 위탁 관리를 하고 있는 관리사무소는 승강기에 대해 잘 모르는 현실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황 연구원은 두 차례나 하향 조정됐던 승강기 검사료도 부실한 안전 검사에 한 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세 A/S업체는 안전은 둘째 치고 덤핑가로 경쟁해 어떻게든 아파트와 계약을 맺으려 하고 있고 교체되어야 할 승강기 부품을 중국산 저가로 사용함으로써 이윤을 남기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황 연구원은 직접 소비자 의식을 조사한 결과, 아파트 주민들은 철저한 안전 보다는 저렴한 A/S 비용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러한 현실 역시 승강기 안전 부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대다수 입주자들이 상품의 질과 보수업체의 기술력 등을 종합평가해 선정하기보다, 월 보수료가 낮은 업체를 고집한다는 얘기. 실제 일부 아파트에서는 승강기 점검을 통해 소모성 부품 교체를 요구해도, 1년에 한번 받는 정기안전검사에서 지적될 경우 교체하겠다고 말하는 등 보수업체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 엘리베이터 사고 출동, 119 구급대 전체 출동건수 2위
황 연구원은 또, 승강기 안전관리원에 접수가 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119 구급대의 승강기 구조 출동 건수가 무려 5500여 건이며 전체 구급대 출동건수의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승강기 사고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승강기 안전 관리원은 신체 피해가 있었을 경우에만 사고로 여기고 있다. 그러므로 피해 보상 역시 신체의 피해가 있을 경우에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강기 사고는 ''''갇히는 사고''''라며, 이 경우 신체적 피해보다는 공포감이라든가 극도의 스트레스 등 정신적 피해가 더 큰데도 현실적인 피해상황을 반영한 대책이 없다고 황 연구원은 덧붙였다.
△ 대책은 없나
황정선 연구원은 먼저 전문 인력 확충과 승강기 유지 · 보수 시장의 투명화, 승강기 관련법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시민들 역시 승강기 안전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사는 곳의 승강기 검사료는 얼마인지, 어떤 업체가 관리하고 있고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