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포트]① 평양, 죽은 김일성의 살아있는 ''추억''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돼있는 만수대 전경/ 사진=권민철기자

평양을 다녀온 남한 사람만 4만 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평양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5월 4일부터 7일까지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장관급 회담 취재차 3박 4일간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치부 권민철기자의 눈에 비친 평양 풍경을 연재한다.


5월 4일 낮 1시 45분. 인천 공항을 이륙한지 정확히 1시간 만에 14차 장관급회담의 남측 대표단을 태운 아시아나 전세기는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순안 공항은 이색적이었다. 활주로에서 계류장으로 이어지는 길 곳곳에 작은 개울들이 흐르고 있었고, 비행기는 간혹 다리 위를 지나게 돼있었다.

공항에도 고려항공 소속 여객기 예닐곱 대만 눈에 띌 뿐 다른 여객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다른 공항에서 볼 수 있는 분주함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철조망 넘어 공항 밖에서는 낚시하는 민간인들이 보일 만큼 순안공항은 지극히 ''順安''스러웠다. 순안 공항에서 평양시내까지는 차량으로 30분 거리. ''차량으로 30분''의 거리 단위는 평양에서는 정확하다. 평양의 교통은 한결같은 흐름이기 때문.


평양 순안공항 전경

평양 교외지역을 20분쯤 내달렸을까? 평양 시내인 모란봉 구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금룡터널을 통과하자마자 금수산 기념궁전이 위용을 드러낸다. 김일성이 재임기간 주석궁으로 사용했고, 현재는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곳이다. 그 옆으로 김일성 종합대학이 자리 잡고 있다. 평양 시내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된 주석궁을 보고 놀라움이 앞섰다. 주석궁이라면 어디엔가 격리돼 있고 비밀스러운 곳에 은폐, 엄폐돼 있어야 하지 않냐는 추측과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다르게 본다면 북한의 수도 평양의 초입에 북한의 상징인 주석궁이 위치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도 있다.


평양 시내도로가 한산하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평양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이 곳 말고도 다른 도로도 있었다. 실제로 우리가 평양 교외를 다녀오거나 순안공항으로 다시 되돌아 갈 때는 금수산 기념궁전 앞이 아닌 다른 곳을 통해 평양을 빠져나갔다. 결국 우리는 평양에 들어가면서 이 금수산 기념궁전을 가장 먼저 보도록 북한 당국에 의해 안내된 것이다. 그렇다면 주석궁으로 이어진 금룡터널은 김일성 사후에야 비로소 뚫렸을 가능성이 높아보였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다.

주석궁에서 고려호텔로 이어지는 길은 평양의 중심축이다. 개선문, 김일성 경기장, 천리마동상, 김일성 동상, 만수대 의사당, 학생소년궁전, 김일성광장, 인민대학습당 등 나열하기 숨찰 정도로 평양의 거의 모든 볼거리들이 이 곳에 도열해 있다.

이 기념물들을 처음 대하고 두 가지 느낌이 들었다. 하나는 그야말로 ''크다''는 것, 또 하나는 거의 모든 것이 김일성과 관련 있다는 것. 결국 김일성을 위해 크게 만들었다는 논법이 가능할 것이다. 평양이 김일성의 도시라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는 장면 하나를 소개하자.



엄청난 크기의 개선문
첫날 ''조선 아시아 태평양 위원회''(이하 아태) 관계자와 필자가 나눈 대화의 일부분이다.

필자: 오면서 보니까 만수대 같은 ''만수''자가 들어있는 기념물이 많던데, 만수는 어디서 온 말입니까?

아태: 만수대의 만수는 위대한 령도자이신 김일성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지은 말입네다. 만수대를 이야기할 때면 가슴 아픈 일화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지요.

만수무강의 뜻이라는 말에 놀라움과 당연함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순간, 가슴 아픈 일화는 또 뭘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필자: 가슴 아픈 일화라니요?

아태: 영원히 살아계실 줄 만 알았던 수령님께서 서거하시자 만수대의 이름을 바꿔야하지 않냐는 얘기들이 있었지요. 그런데 이때 우리의 김정일 장군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었어요. "수령님께서 돌아가셨다고 만수대 이름을 바꾸자는 것이 왠 말인가. 수령님은 비록 돌아가셨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만수무강하고 있지 않은가? 만수대는 만수대로 남아야 한다"고...

금수산 기념궁에 김일성의 시신을 방부 처리해 ''모셔놓은'' 북한 당국의 결정을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CBS정치부 권민철기자



쳐다보는 것만으로 외형의 규모를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큰 인민대학습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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