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하동 지리산 화개동천 바위에 새겨진 암호문자의 비밀을 풀기 위해 손병욱(53·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씨가 연구한 세월이다. 손 교수가 신문에서 하동 지리산 계곡에 자리한 빨치산 활동의 주 무대였던 단천마을 기사를 읽고 궁금해서 찾아갔던 것이 이 마을 바위에 새겨진 암호를 푸는 작업으로 이어져 논문 발표(2004년)와 책 발간까지 하게 됐다.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단천마을 입구에 있는 바위에 ''''이상한 글자'''' 네 자가 씌어져 있다. 이 글자는 일반 문자가 아닌 일종의 암호화된 문자도형인데, 이러한 암호문자로 된 새김글자는 아직 전국 어디에서도 발견된 사례가 없다고 한다.
손 교수가 연구한 결과, 이 이상한 암호문자에는 앞에 적은 내용의 ''''썩은 세상을 뒤엎고자 한 450년 전의 혁명 시나리오''''가 숨어 있었다.
이 책은 손 교수가 지리산 단천마을의 최고령인 이종수(86) 할아버지로부터 이상한 글자 바위를 소개받고, 이 암호문자를 풀고자 10여 년 동안 노력한 끝에 그 의미를 해독하고 풀어낸 과정과 결과를 밝힌 것이다.
문제의 암호문자 바위의 새김문자는 일종의 선가어(仙家語)로 볼 수 있는데, 외형상 한자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한자가 아니다. 어느 것도 옥편이나 자전에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으로 오래 전부터 인근 사람들이 신비롭게 여겨왔고 또 주목의 대상이 되어왔다.
암호문자 바위가 있는 단천마을은 화개장터로부터 13㎞, 쌍계사로부터 약 8㎞ 정도 떨어져 있으며 지리산 삼신봉 서쪽 아래에 있는 첫 마을이다.
하동 화개동천 바위에 새겨진 암호문자의 엄청난 비밀
이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서산대사가 <삼가귀감>을 썼던, 내은적암터가 있는 아래쪽의 신흥과 위쪽의 의신마을이다. 의신마을 일대는 빨치산의 주 근거지로서, <남부군>(이태 지음)에서 그려지고 있듯이 당시 폐허가 될 정도로 현대사의 비극을 처절하게 안고 있는 곳이다.
손 교수가 푼 암호문자 해독결과를 정리하면 이렇다.
△암호문자인 새김글자 네 자는 한자 이름 ''''崔興命''''에서 나왔고, △''''최흥명''''은 서산대사를 가리키는 비밀 이름이었으며, △''''최치원-청허당-최흥명''''이 상호 연관돼 있고, 암호문자 속에 삼교회통(三敎會通)적인 의식이 숨겨져 있으며, △암호문자 바위의 위치 및 지리산의 관련성은 단군신앙에서 비롯된 것이며, △암호문자는 주역의 괘(卦)의 원리에 따라 암호화되었고, 산풍고괘(山風蠱卦)로서 그 풀이는 암호문자의 주인공이 역성혁명을 도모할 것임을 나타낸다고 한다.
또 △역성혁명을 위한 준비로서 당시 당취(黨聚)-땡추-땡초 조직으로 볼 수 있는 승병을 조직 관리했고, 이는 임진왜란 시에 그가 승병장으로 활약하게 된 기반이 되었으며, △정여립의 난, 허균, 양사언 등과의 관련성 및 역성혁명의 비전을 알게 되었고, △서산대사는 단순한 선승이 아니라 자기 시대의 단군으로 자처한 당취 계열의 신불승(神佛僧)이었다는 점 등이다.
''''450년 전 역성혁명''''
손 교수는 암호문자의 비밀을 찾아내는 동안 ''''금강산과 함께 조선시대 당취(땡초)의 양대 본거지였던 지리산 속의 암호문자가 갖는 당취와의 역사적 관련성은 무엇이며, 신불승 계열 승려들의 반체제, 혁명의 계보와 빨치산이라는 현대사로 이어지는 그 혁명의 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살필 수 있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또 ''''이 책은 암호문자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이며, 그 주인공인 서산에 대한 새로운 읽기''''라며 ''''백성이 고통받는 시대에 세상과 백성을 위한 뜻과 창(槍)을 세우고 변혁의 꿈을 들불처럼 지폈던, 선조들의 고귀한 정신과 운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도''''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상한 바위 글자의 해석에 대한 이설들이 존재하고, 아직도 암호문자의 비밀을 풀고 있는 이들도 있어 책 끝머리 <덧붙이는 글>에 다른 주장들도 간략하게 소개해 놓았다. 351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