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응원에 참여하는 남녀노소들은 이 뿔을 머리에 달고 있기 십상이다. 전구를 넣어 밝게 빛나거나 반짝거리게 돼 있는 뿔은 더욱 눈길을 끈다.
정가가 한 개 5000원인 이 붉은악마뿔은 집단 응원 행사장에만 있지는 않다. 술집이나 밥집에서 손님을 안내하는 이들 또는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진열하거나 계산해 주는 사람들 머리에도 올라 있다.
그런데 이처럼 붉은악마뿔로 치장한 이들에게 그 뿔이 무엇이고 유래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보면 그냥 ''''도깨비 뿔''''이 아니냐고 되묻고 말기가 십상이다.
우리나라 축구 응원단인 ''''붉은 악마''''는 도깨비상을 자신들의 상징으로 쓰고 있다. 이 도깨비는 팔이 여섯 개고 눈은 네 개며 형제가 구구 81명이나 된다.
이 도깨비는 또 구리로 된 머리와 쇠로 된 이마 사이에는 소뿔이 두 개 솟아 있고 소의 발굽도 달고 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치우천황(蚩尤天皇)이라 하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에서까지 ''''전쟁의 신''''으로 일컬어지는 전설적 인물이다.
치우는 우리나라 역사책 <규원사화(揆園史話)>와 <환단고기(桓檀古記)>에 나온다. 강단 역사학계에서는 이 책들의 진정성을 의심해 사실로 인정하지 않지만 민족주의 성향이 짙은 재야 역사학 진영에서는 이를 사실로 보는 분위기가 작지 않다.
이 책들에 따르면 치우는 배달(倍達)나라 제14대 천황으로 기원 전 2707년에 즉위해 109년 동안 다스렸다. 무기를 잘 만들어 활이나 화살은 물론 창·갑옷·투구 같은 장비들을 만들어 중국 역사 삼황의 한 명으로 나오는 신농씨(神農氏)를 무찔렀다.
''''지나친 상업주의에 악용'''' 비난 목소리도 쏟아져
또 12개 나라를 자기 손 아래에 뒀고 70여 차례 전쟁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중국 오제 가운데 첫째인 헌원(軒轅)을 황제(黃帝)로 임명하기도 했다.
치우는 중국 역사책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사마천이 쓴 <사기>에는 한고조 유방이 스스로를 패공이라 하면서 곧바로 치우에게 제를 올리고 피로 북과 깃발을 붉게 칠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밖에 중국 한 소수민족의 신화에도 치우라는 이름은 임금으로 등장하며 단지 우리나라 역사책과 다른 부분은 치우가 황제헌원과 싸워 졌다는 대목이다.
지금 시점에서 이 같은 치우를 실존 인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단군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사상 실재했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커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우리 쪽뿐 아니라 중국 쪽 문헌에서도 치우가 확인되고 여태껏 신화시대로 여겨지면 중국의 ''''삼황오제''''가 고고학의 성과에 따라 역사시대로 진입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치우를 그로부터 4500년도 훨씬 지난 21세기에서 축구 대표 공식 응원단 ''''붉은 악마''''가 자신들의 상징으로 채택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치우천황이 상업주의에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를테면 ''''붉은 악마''''가 치우한테는 아무런 저작권료도 지불하지 않으면서(또는 못하면서) 스스로는 치우를 상징한 문양을 쓰는 사람에게 저작권료를 물리고 있다는 것이다.
보기를 들자면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사람들이 많이 입었던 ''''비 더 레즈(Be the Reds)'''' 티셔츠는 한 장에 5000원 안팎이면 살 수 있었지만 지금 응원 티셔츠 ''''레즈 고 투게더(Reds Go together)''''는 정가가 1만9900원이다.
4년 전과 지금의 차이는 이 티셔츠가 ''''붉은 악마''''의 공식 응원복이라는 점 말고는 달리 찾을 수 없다. 지금 응원 티셔츠에는 치우천황 상징을 비롯한 글귀와 무늬가 들어 있는데 이 하나하나에 대해 ''''붉은 악마''''가 저작권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