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떠나보낼 때가 되긴 됐어요.''
조폭영화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겠다고 도전장을 내민 장진 감독이 새영화 ''거룩한 계보''에서 과거 자신의 작품에서 쓰인 캐릭터 이름을 또다시 캐스팅(?)했다.
''거룩한 계보''의 주인공은 동치성, 주먹하나로 세상과 소통하는 남자다. ''장진의 남자'' 정재영이 동치성 역을 맡았다. 정재영은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웰컴투 동막골''에 이어 영화에서만 장진감독과 네번째 작업을 했다. 물론 서울예전 1년 선후배사이로 끈끈하게 연극판에서부터 동고동락을 해왔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동치성이라는 이 캐릭터 이름이 ''아는여자''에 등장했던 주인공이라는 사실. 잘못된 시한부 말기 암 선고를 받고 방황하는 야구선수를 정재영은 능청스럽게 소화했다. 장진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동치성''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장진 감독이 기획했던 지난해 800만 흥행 대작 ''웰컴투 동막골''에서 정재영의 인민군 캐릭터는 리수화. 하지만 원래 캐릭터 이름은 동치성이었다.
정재영이 난색을 표했다. 전작에서 보여준 동치성이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또다시 동치성을 쓴다면 자칫 관객들이 캐릭터에 몰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나름대로 이유다운 이유를 들었다. 결국 장진 감독이 한발 물러나 ''리수화''로 가게 됐다.
1년만에 다시 동치성이 돌아왔다. 장 감독의 새작품 ''거룩한 계보''에서 정재영은 동치성으로 주인공을 맡은 것. 물론 캐릭터가 완전히 다르지만 장 감독의 동치성에 대한 사랑은 여전했다. 장 감독은 최근 열린 전북 익산 현장공개에서 "다시 동치성을 쓰겠다고 했더니 그동안 정재영 씨가 까먹었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 밀어붙였다"고 익살스럽게 답했다.
''아는 여자''의 동치성 vs ''거룩한 계보''의 동치성
동치성이라는 캐릭터 이름에 장진 감독은 ''아는여자'' ''웰컴투 동막골''그리고 ''거룩한 계보'' 까지 계속 애틋한 사랑을 내보이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연극 ''택시 드리블'', 웰컴투 동막골'' ''박수칠때 떠나라''등 주옥같은 원작의 각본을 쓰고 감독을 했던 장 감독은
신문사 신춘문예까지 당선된 엄연한 작가로 출발했고 그래서 정신과 마음의 고향은 글을 쓰고 연극을 올리는 대학로였다.
장 감독은 동치성에 대한 애정에 대해 "작가적 취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작가 입장에서 이름을 짓는 것은 쉽지 않다. 동치성 캐릭터에 그간 내가 쌓아온 느낌이나 이미지들이 있는데 주인공이 전혀 다른 캐릭터가 아니라면 그대로 써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장진 감독이 ''아는 여자''의 동치성과 ''거룩한 계보''의 동치성에게서 어떤 유사성을 그려낼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다른 두영화의 동일 캐릭터 인물은 어떻게 표현된걸까? 또 관객들에게는 친숙하게 다가왔을까? 아니면 전작의 캐릭터와 겹쳐서 헷갈리게 만들었을까?
여러 편의 영화제작에 참여한 한 프러듀서는 "장 감독의 영화의 경우 초기작들은 흥행면에서 크게 성공한 것이 아니었던 만큼 이름을 다시 쓰는데서 오는 관객들의 혼란은 크게 없을 것"이라면서 "류승완 감독이 자신이 연출하고 출연하는 경우 ''석환''이라는 이름을 고집하는 것이나 동생 류승범을 상환이라고 쓰는 것처럼 전적으로 감독의 개인적 취향이 녹아든 것으로 보인다 "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