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주몽(최완규·정형수 극본, 이주한 연출)''이 안방극장에 불어닥친 고구려 열풍의 첫 장을 연 가운데 고구려사를 다룬 또 다른 드라마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방송사가 일제히 준비한 고구려 사극은 ''될까''라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주몽''이 시청자의 눈을 단박에 사로잡으며 방송 4회 만에 전국 시청률 25.3%(TNS 미디어코리아 집계)를 기록해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이러한 ''주몽''의 선전은 오는 7월 시작하는 SBS 대하드라마 ''연개소문(이환경 극본, 이종한 연출)''과 사전제작 드라마 ''태왕사신기(송지나 극본, 김종학 연출)''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1라운드 주도권을 ''주몽''에 빠앗긴 ''연개소문''과 ''태왕사신기''는 2라운드의 선두 탈환을 위해 방송 전부터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치며 온도를 높이고 있다.
고증에 바탕한 ''연개소문'' VS 퓨전사극 ''태왕사신기''
''연개소문''과 ''태왕사신기''는 실력파 작가와 연출자가 손을 잡고, 고구려 실존 영웅으로 유동근과 배용준이란 톱스타를 결정했다.
고구려사를 다룬 까닭에 얼핏 비슷할 거라 여겨지지만 철저한 역사 고증에 바탕해 정사(正史)를 다룬 ''연개소문''과 달리 ''태왕사신기''는 사실과 허구가 복합된 퓨전사극. 두 작품은 이런 경계선을 극을 결정짓는 핵심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역사적 사실과 이를 넘나드는 허구를 덧붙여 제작하는 두 드라마의 의상은 서로 다른 이야기 만큼이나 상반된다. 고구려 벽화부터 관련 역사서를 세밀히 분석해 재현한 ''연개소문''과는 달리 ''태왕사신기'' 의상은 판타지의 세계를 보는 듯 환상적으로 제작, 시대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중이다.
''고증''과 ''판타지''라는 180도 다른 의상 콘셉트는 각각의 드라마가 지닌 색깔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요소이지만 뜻밖에도 의상을 만드는 곳은 둘 다 SBS 아트텍. 드라마 제작진은 의상은 ''일급 비밀''이라며 외부에 공개하지 않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제작사가 같은 아이러닉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SBS 아트텍, 내부 첩보전 벌이는 중
SBS 아트텍은 최근 ''서동요''와 ''궁'', 영화 ''천년학'' 의상을 제작한 곳으로 굵직한 드라마 의상을 전담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제작되는 경쟁작 ''연개소문''과 ''태왕사신기'' 의상을 함께 맡아 ''내부 첩보전''을 벌이고 있다.
한 팀에서 경쟁작 의상을 제작하지만 "두 드라마 콘셉트가 다르기 때문에 헷갈릴 일이 전혀 없다"라는 것이 이 곳 디자이너들의 설명이다.
물론 모티브를 얻는 대상도 다르다. ''연개소문'' 의상은 1년여에 걸친 역사서 수집, 복원을 거쳐 완성됐다. 고증을 통해 연개소문 장군이 착용할 바지갑옷과 뿔 달린 투구는 이 드라마를 통해 첫 선을 보인다.
반면 ''태왕사신기'' 의상 교과서는 영화 ''반지의 제왕''. 유럽형 판타지 분위기를 담기 위해 ''반지의 제왕'' 한 장면, 한 장면을 프린트 해 참고하고 있다.
의상 제작을 맡은 SBS 아트텍의 한 디자이너는 "''태왕사신기''에는 기원전 신전의 모습도 등장하기 때문에 판타지 느낌을 담은 의상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하며 "전체적으로 몸에 붙어 슬림하고 중성적인 느낌의 여주인공 의상도 볼거리"라고 밝혔다.
"성격이 다른 드라마라서 경쟁작의 의상을 함께 제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는 것이 SBS 아트텍의 입장이지만 하반기 가장 관심을 모으는 두 대작의 의상이 동일한 제작사에서 만들어지고 있음은 경쟁에 또 다른 불을 붙이고 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