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의 한 마디가 곧 법이던 시대.
그 분의 머리를 깎게 된 소심한 이발사의 가슴 뻐근한 이야기 <효자동 이발사> 시사회가 4월 26일 서울시네마에서 있었다.
<효자동 이발사>는 부조리한 정치적 사건들로 가득했던 한국의 1960-70년대를 한 평범하고 소심한 소시민의 눈을 통해 그려낸다.
주인공 ''성한모(송강호 분)''는 사사오입 개헌, 4.19 혁명, 5.16 군사 쿠데타, 박정희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 동행 등 실제 역사적 사건과 함께 했다. 그러나 사건 속 비극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신, 그 안에 위치하고 있던 한 인물을 통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우화적으로 사건들을 보여준다.
![]() <영화中> 청와대를 나서는 이발사 기족 |
이와 함께, 주인공 ''성한모''를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권력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버밖에는 배우지 못한 소심하고 무식한 아버지다. 그런 그가 각하의 이발사가 되고, 갑자기 커다란 권력 집단과 마주하게 되면서 그 틈바구니에서 휘둘리게 된다.
하나뿐인 아들이 간첩 누명을 쓰고 붙잡혀 가도 말 한 마디 못한다. 그러나 아들이 고문 후 불구가 되어 돌아오자, 병을 고치기 위해 아들을 업고 얼음 강을 건너는 그의 모습은, 비록 배우지 못하고 힘은 없지만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 위대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순간 우리의 가슴은 뻐근해진다.
개봉 : 5월 5일
감독 : 임찬상 <효자동 이발사>로 데뷔.
주연 : 송강호(아버지 성한모 분), 문소리(어머니 김민자 분), 이재응(아들 성낙안 분)
CBS문화연예팀 이혜윤기자 eyang119@cbs.co.kr
| 다음은 감독 및 주연 배우들과의 인터뷰 | |
- 개봉을 앞둔 소감은 ▷ 임찬상 감독 : 작년 9월 크랭크인 해 올해 1월까지 4개월 동안 배우들, 스텝들과 같이 열심히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코미디적인 요소들이 아주 많이 들어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드문드문 간간이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 송강호 : TV를 통해 이산가족들이 상봉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체제나 이념 같은 게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번 영화가 이산가족을 다룬 영화는 아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정말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족한 점은 많지만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 ▷ 문소리 : 아주 평범하면서도 가족을 굉장히 사랑하는 우리 옛날 어머니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많이 고민하면서 찍은 영화다. 가슴 따뜻한 영화니까 여러분도 따뜻한 마음으로 보셨으면 좋겠다.
- 대통령과 이발사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는 ▷ 임찬상 감독 : 일단 60-70년대를 다룬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최고 권력자와 아주 힘없고 약한 소시민의 모습을 대비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주인공을 찾으려고 했다. 그래서 대통령과 이발사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굳이 이발사를 택한 것은 요리사나 재단사 등 대통령 가까이에서 일하는 다른 직업들도 있지만, 이발사라는 직업이 가장 가까이에서 대통령과 이야기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거기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직업에는 귀천이 없지만, 이발사는 다른 사람의 머리를 깎아 주고 먹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힘없고 약한 소시민의 모습을 표현하기에 좋다고 생각했다. - 역사적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것을 허구로 표현한 까닭은 ▷ 임찬상 감독 : 영화에서 역사적인 사실을 하구화한 장치들이 많다. 이를테면 대통령 순방 장면 같은 것들은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다. 허구를 통해서 역사적인 사실들을 돌이켜 보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아들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 가슴 아팠는데... ▷ 송강호 : 자식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지금의 아버지들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지금은 애정의 표현이 아주 직접적이고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지만, 그 시대 아버지들은 오히려 매를 드는 쪽이었고, 남의 자식보다는 내 자식을 한 대 더 때렸지만 그 애정 표현이 오히려 더 깊은 것 같다. 때리면서도 마음 아픈 아버지의 모습을 담으려 노력했다. -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도 나올 때마다 웃음을 줬는데, 캐릭터 소화를 위해 특별히 노력한 것이 있나 ▷ 문소리 : 그렇게 얘기해 주니 나의 소임을 다한 것 같아서 아주 가슴이 벅차다. 캐릭터는 아주 무난하고 평범했다. 특별한 성격을 잡아낼 수 없을만큼 평범한 어머니였는데, 어머니들이 다들 똑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들 다르다. 얼마나 살아 있는 사람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내 역할을 나 혼자만의 캐릭터만으로는 소화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송강호 씨와 재응 군과 셋이서 정말 가족으로 보일 수 있도록, 그런 느낌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 송강호 : 개인적으로 캐릭터가 작품 전체의 흐름을 방해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작품에 가장 적절한 연기, 작품이 요구하는 연기를 해야 좋은 연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60-70년대의 전체적인 공기의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성한모를 통해 그 시대를 관통했던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조율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 실제로 이발소 개업할 수 있나 ▷ 송강호 : 실제 이발소를 차릴 정도가 되려면 1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가위 들고 연습해야 될까 말까 한다고 한다. 나는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이발 기술을 배웠는데, 이발소 차릴 정도는 안 되지만 웬만한 남자분 머리는 깎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된다. - 에피소드가 있다면 ▷ 문소리 : 4.19 장면 찍을 때, 학생으로 출연한 사람들이 촬영지인 전라도 익산과 이리의 고등학생들이었다. 그 학생들은 송강호, 문소리 나오는 영화 찍으러 간다고 기대에 부풀어 눈썹을 휘날리며 달려왔다. 그런데 한겨울에 4.19 장면을 찍느라 옷도 얇았고, 조감독이 "좋았어! 오케이!" 해놓고 똑같은 장면을 계속 다시 찍으니까 학생들이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점심 먹고 나니까 학생들이 반 이상 도망을 갔다. 우리 스텝들이 산으로 들로 애들 잡으러 다녔는데, 잡아 오면 또 사라지고... 해서 굉장히 애를 먹었다. 어쨌든 그 친구들이 굉장히 큰 역할을 해줘서 영화가 아주 빛났다. 박 대통령 사후 국장을 치르는 장면에서도 실제 할머니들이 "어떻게 울어~" 그러시더니, 막상 운구차가 나타나니 무릎이 아프신데도 연신 절을 하시며 눈물을 펑펑 쏟으셨다. 그런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 - 헤어스타일이 독특한데... ▷ 송강호 : 고증을 통해 그 시대의 어떤 인물을 모델로 삼은 것은 아니다. 성한모라는 캐릭터를 소화하는데 지금 같은 직모는 너무 날카로워 보여서, 완전 퍼머는 아니지만 곱슬 머리가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 연극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 임찬상 감독 : 박정희 대통령 역을 맡은 조영진 씨는 연극계에서 많은 활동 해오신 분이다. 그 분 공연장에 갔었는데, 발성 등 전체적으로 좋은 인상을 받아서 캐스팅 했다. 그리고 몇 번 나오지 않은 파출소 소장 맡으신 배우 등 거의 모든 조연들이 연극계에서 오랫동안 계신 분들이다. 그 분들의 관록을 믿고 캐스팅 했다. - 영화를 찍으며 서로에 대해 느낀 점은 ▷ 송강호 : 이재응 군은 <살인의 추억> 첫 장면에 메뚜기 소년으로 나왔었다. 그 때 처음 봤는데, 나이가 어린데도 감독의 지시를 아주 빨리 흡수한다. 연기의 기초가 아주 잘 갖춰진 후배다. 또 예의도 아주 바르다. 문소리 씨는 월드스타니까... 따로 말씀 안 드리겠다. ▷ 문소리 : 송강호 씨에게 많이 배웠다. 늘 작품 전체에 대한 시각을 잃지 않는 모습에 감탄했다. 재응 군은 연기도 물론 잘 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기 힘든 것 내색하지 않고, 참을 줄도 알고, 돌아서서 울 줄도 아는 속이 깊은 배우다. 그런 점이 아주 예뻤다. ▷ 이재응 : 두 분이 연기를 잘 하시니까 멋있었다. 나중에 커서 두 분처럼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CBS문화연예팀 이혜윤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