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가요계는 서영은(33) 덕에 싱그러움으로 가득하다. 만개한 벚꽃이 부럽지 않은 화사함이다.
"웅크릴 필요 없잖아 먼지처럼 툭 가볍게 다 털어낼 수 있잖아"라고 노래하는 그의 신곡 ''웃는거야''를 듣고있으면 운동화 끈 질끈 묶고 봄소풍이라도 가야할 듯 싶다.
건강한 가수 서영은이 새 음반 ''비 마이 스위트하트(Be my sweetheart)''로 돌아왔다. 6번째 정규 앨범이다.
''내 연인이 돼 달라''는 뜻의 앨범 제목에, 커다란 막대사탕을 입에 문 자켓사진은 슬픔과 아픔을 툭 털어버리고 따뜻한 봄바람처럼 사랑하자고 말을 건내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수록한 곡 면면이 전에 없이 밝고 경쾌하다.
''웃는 거야''는 과도한 바이브레이션으로 이별을 반복하고 종내는 진부하게 만들어버리는 요즘의 대중가요와 확연히 구분된다. 이별이 희망과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해낸 솜씨가 제법이다.
밝은 이 노랫말을 직접 쓴 서영은은 뜻밖에도 "인간관계의 버거운 느낌을 담았다"고 했다. 경험에서 출발한 노래로 "한다고 하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면 그냥 웃어 버리자고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독백같은 곡"이란다.
이런 서영은 글쓰기의 의외성은 ''웃는 거야'' 뿐 아니라 ''당신이 잠든 사이에'', ''휘휘'', ''슬픔을 틀어막다'' 같은 노래에 두루 녹아있다. 한 번 듣고 마는 것이 아니라 숨은 의미를 파헤쳐야 하는 숙제를 남긴다.
처음 들어도 낯익은 목소리
재즈로 단련된 그의 목소리는 세지 않지만 강인하다. 처음 들어도 낯익은 목소리는 가장 큰 장점이다.
질리지 않는 그의 창법이 궁금했다. 분명 ''비법''이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가사 전달에만 신경쓸 뿐 아무런 창법이 없다"는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다.
"내 음악은 대개 멜로디에 중심을 실었다. 그런데 그 멜로디마다 모두 감정을 담으면 노래가 망가진다. 처음은 아닌 척 부르다가 절정의 순간을 강조하고 또 다시 모른척 부른다."
창법을 묻는 질문에 창법이 없다 답하던 그는 "가수 개성에 맞는 음악보다 작곡가에 맞추는 가수가 많은 것 같다"고 근래 가요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조심스레 꺼냈다.
"누가 뭘 하면 우루루 따라간다. 가요 트렌트가 비슷해지는 것도 유행 때문인데 나는 (유행에)연연해하지 않는 편이다. 유행에 맞춰갔다면 창법만 바꿨겠나. 얼굴도 모습도 다 바꿨을 거다."
서영은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는 ''드라마 주제가''와 ''재즈''다.
부른 주제가는 첫 작 ''불꽃''에서 최근 ''루루공주''까지 10여 곡. "15곡이 되지 않나 짐작하는데 정확히 알 수 없다"라고 말하는 걸 보니 많긴 많다.
''혼자가 아닌 나'', ''내안의 그대'', ''눈의 꽃''을 연속 히트시키면서도 "OST 가수는 앨범이 안된다"는 주변의 충고를 쉴새 없이 들어야했던 그는 6번째 앨범을 내놓은 지금 "OST 많이 해서 되려 내 음반이 빛을 봤다"고 했다. 결국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음이 정규 앨범 수가 늘어가면서 증명되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 중 ''혼자가 아닌 나''는 재즈가수 서영은을 대중가수로 옮겨 놓았다. 이 곡을 통해 "노래를 듣는 사람이 산 위가 아니라 바로 내 앞에 있음을 알았다"는 그는 재즈를 향한 매달림을 냉정하게 바라보게 됐고, 결국 재즈가수 대신 ''재즈 마니아''로 위치를 바꾸었다.
"재즈는 정말 잘하는 사람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난 마니아로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을 뿐, 어느 순간 프로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재즈란 장르가 아니라 노래 하는 것 그 자체임을 알았다."
''혼자가 아닌 나''는 서영은에게 보는 눈을 키워줬고, 대중의 기대치도 높여 놓았다. 사람들은 서영은이 늘 밝기를 원하고, 희망을 노래하기 바란다. 혹여 기대가 부담으로 남지는 않을까.
"음악은 진솔해야 한다. 진솔하면 통하기 마련이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대중에게 기대야 하는 게 맞다."
이번 음반을 통해 그토록 원하는 진솔한 음악에 한 걸음 다가간 서영은은 6월 초 단독콘서트를 열고 팬을 찾는다. 이 공연에서 서영은과 대중의 각기 다른 ''기대''가 어떤 모습으로 빛날 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