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착''에 ''패착''…여야 ''惡手두기'' 대결하나

열린우리 김한길 원내대표 - 한나라 허태열 사무총장, 번갈아 ''악수''

김한길허태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어이없는 ''패착''의 연발로 기껏 움켜쥔 정국 주도권을 허망하게 날려버리고 있다.

이른바 사상 유례 없는 ''악수(惡手) 놓기의 대결''로 불릴 만하다.

첫 패착의 포문은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열었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한나라당 주요 인사의 경악할 만한 비리를 폭로할 것"이라고 예고해 국민적 관심을 자아냈다.

이날은 한나라당이 전날인 13일 김덕룡 · 박성범 두 의원을 공천 관련 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정국의 주도권이 열린우리당에 고스란히 넘어온 상황이었다.

따라서 주도권을 손에 쥔 여당 대표의 발언인만큼 ''뭔가 확실한 게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채 사흘이 안된 16일 상황은 돌변했다.


김 대표가 예고한 ''경악할 비리''가 기대수준(?)에 못 미치는 ''경악스러운 폭로''였음이 드러나면서, 사퇴 요구에 몰린 김 대표뿐 아니라 열린우리당 전체가 궁지에 몰리게 된 것.

"제가 무슨 예고를 한 것처럼 비쳐진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김 대표의 17일 해명은 이같은 상황을 반증한다.

여당 입장에선 이번 지방선거는 물론, 내년 대선까지도 ''김대업식 공작 정권''이란 꼬릿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상대방인 한나라당에 공격 빌미를 고스란히 헌납한 셈이다.

열린우리당이 주도권을 빼앗긴 채 수세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또 다시 패착을 던졌다.

18일 허태열 사무총장이 발표한 추가 공천비리 내부감찰 내용이 그야말로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3일 두 중진의원에 대한 검찰 고발 의사를 밝힌 뒤 "조사중인 추가 공천 비리가 대여섯 건 더 있으며 현역도 있다"면서 비리 근절에 대한 자못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17일 오후 예정됐던 추가 발표를 갑자기 연기한 데 이어, 18일 두 원외 인사에 대한 짤막한 브리핑으로 사실상 공천 비리와 관련한 내부 감찰을 마무리했다.

엄정한 자체조사와 투명한 공개를 기다렸던 국민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흐지부지하게 마침표를 찍어버린 것.

수세에 몰려 전전긍긍하던 열린우리당은 즉각 한나라당의 ''패착''을 반기면서 "전혀 알맹이가 없는 ''도마뱀 꼬리자르기''식 대처법"이라며 공세로 전환했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그 정도의 추가조사 내용이라면 왜 바깥에는 흘렸는지 모르겠다"며 "어렵게 잡은 정국 주도권을 다시 여당에 빼앗기게 됐다"는 탄식 섞인 반응들이 감지되고 있다.

하루 앞을 내다보지 않는 패착의 연속. 정치권을 지켜보는 국민들로서는 그 ''수 짧음''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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