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술유출 보도·수사, 문제 많다"

20대 과학자 곽재식씨, 잘못된 통념 및 관습 ''지적''

20대 과학자 분자설계연구소의 개발지원팀 곽재식씨
최근 기술 해외유출이 과학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20대 젊은 과학자가 올바른 수사와 언론보도를 요청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분자설계연구소의 개발지원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곽재식 씨.

한 때 2년 6개월만에 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사 학위를 획득해 뉴스의 초점이 되기도 한 그는 한국과학기술인연합(대표 배성원) 홈페이지에 ''기술 유출에 대하여, 수사 당국과 기자님들께...''라는 제목으로 A4용지 4장 분량의 장문을 올렸다.

곽 씨는 자신의 글에 대해 "과기인연합은 설립 직후부터 불합리한 기술유출 관련 보도 및 법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자신은 그 회원들 중의 하나의 입장에서 이 글을 쓰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내가 쓴 글은 특정 사건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이를 통한 그 동안의 언론 보도 태도와 구속 수사 등을 비롯한 사법 절차 및 기술유출사건에 대한 잘못된 통념, 관습을 환기하자는 차원이다"고 전했다.

퇴직 연구자의 재취업은 기술 유출?

그는 최근 보도된 기술 유출 건에 대해 "기업에 대한 평생 충성이나 자본주와 기업경영의 일체 같은 고정관념 때문에 기업체측 시각만을 그대로 받아들여 벌여진 결과"라고 주장한다.

현재 국내 몇몇 기업체에서는 연구원들에게 퇴직시 취업을 계약상으로 막고 있다. 이런 경우 해당 연구원이 다른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면 계약 위반이 되는 것은 사실.

하지만, 곽 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업과 종업원의 계약 위반 문제이며 형사상 범죄도, 기술 유출도 아니다.

영업 기밀 유출 방지 법률은 기업 정보가 유포되는 것을 문제시하는 법으로 연구원의 인신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오직 외국 자본과 연결 고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국내 기술을 해외로 확장시켜 나가는 퇴직 연구원이나 건전한 중소벤처기업의 시도를 매도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전문 기술은 비전문가가 판단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곽 씨는 "기밀 여부와 기술 유출 범위를 판정하기 힘든 사안은 연구원과 중소벤처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안전한 시각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수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별다른 근거 없이 경쟁업체의 시각에 따라 기술 유출 범죄로 보도한 상당수 신문 방송은 분명 사실 판단 및 가치 판단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체로 첨단 기술 분야의 사안은 그 분야의 연구자, 기술자들이 아닌 경우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사항임에도 이런 점을 역이용해 무고한 연구원을 기밀 유출자로 호도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 곽씨의 설명이다.

TFT-LCD 기술유출 사건의 경우, 혐의를 받고 있는 ''세정기 제작 표준서''기술이 이미 세계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기술들을 개발되고 있는 분야임을 고려할 때 수천억원대의 기술 유출로 볼수 없다는 지적이다.

''힘없는 연구원 배려하는 수사 이뤄져야''

곽 씨는 "개인 연구원이 승소를 통해 협의를 벗고 이로 인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해도 기업체는 개인에 대한 약간의 위자료 지급 의무만 있을 뿐"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개인에 대해 지불하는 배상액에 비해, 수년간 연구원을 방해함으로써 취하는 이익이 더 막대하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어 "특히 이번 사건처럼, 국가 최고의 공신력을 자랑하는 국정원이 직접 나서서 언론에까지 그 명훈을 과시한다면 피고인의 무죄 주장이 더욱 힘들어 진다"고 밝혔다.

그런 이유로 국정원 측에서 수사결과 제시에 좀 더 신중할 것을 부탁했다.

또한 곽씨는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업체에게 "경력채용 제의를 받았다는 사실 하나로 사건에 연루된 무고한 연구원들이 혐의를 벗고 일선에 복귀하는데 최선을 다해 협력하길 바란다"며 "향후 연구원의 근무처우 개선과 정당한 성과 평가를 위해 앞장 설 것"을 당부했다.

한편 곽 씨의 글을 읽은 대다수 과기인연합 회원들은 대부분 긍정의 뜻을 보였다.

''박대리''라는 아이디의 회원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은 힘있는 기업이 약자인 근로자를 억압하기 위한 도구 아니겠는가"라는 글로 수사당국을 비난했다.

또 김용국 씨는 "언론은 그동안 과장되고 진실하지 못한 기사를 통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보지 못하게 하는 오류를 그만 둬야 한다"고 밝혔다.

''회전목마''라는 아이디의 회원도 "전문 지식을 결여한 사람이 쓰는 전문 분야 기사를 보고 참 어처구니 없었다"는 말로 전문기자들의 지식 수준을 높여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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