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시민의식이 대표적인 청소년 유해환경 중 하나로 지목돼온 케이블 성인방송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안방 야동''''논란을 불러 일으킨 성인채널 송출 문제와 관련, 해당 케이블방송사가 유해성을 인정하고 채널을 바꾸기로 약속했다.<1월 23·24·25·26·27·31일, 2월 1일자 1면 2일자 4면 보도>
이에 따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전국의 다른 지역에도 이번 경남의 선례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8일 오전 11시부터 창원시 신월동 CJ경남 방송 뉴스제작센터 디지털 갤러리에서 방송사 관계자와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CJ경남방송은 문제가 된 30번 ''''캐치온'''' 채널을 60번대 이후로 바꾸기로 합의하고, 오는 3월 방송위원회에 이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CJ경남방송은 채널 이전 외에도 어린이 채널과 청소년 채널은 블록화시켜 미성년자들의 성인채널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향후 채널을 변경 할 때도 이같은 기본 운영 방침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또한 경남방송에서 매월 발행하는 월간지와 텔레비전 자막을 통해 30번, 62 번 채널 삭제를 홍보하기로 했으며, 유료가입자와 다른 채널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음량도 최대로 줄이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간담회에 참석한 시민단체 대표들은 CJ경남방송이 지역언론과 시민단체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인 것을 높이 평가했다.
경남민언련 강창덕 대표는 ''''성인방송의 송출 문제는 비단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상황인데, 경남에서 문제제기와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것을 각 지역언론과 시민단체들이 배웠으면 좋겠다''''며 ''''무엇보다 경남방송에서 시민들의 불만을 알고 요구를 들어준 것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편 채널 변경은 편성권을 쥐고 있는 지역 SO(유선방송 송출사업자)가 방송위원회에 신고만 하면 되는 것으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변경 후 6개월 안에는 바꾸지 못하도록 방송법에 정하고 있다. CJ경남방송의 경우는 오는 3월이 변경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된다.
케이블방송 ''''안방야동'''' 채널변경 의미
''''시청자 주권 인정받아 흐뭇''''
그동안 ''''안방 야동''''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유해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케이블방송의 성인채널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CJ경남방송이 이 채널을 시청자의 접근성이 낮은 60번대 이후로 바꾸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몇몇 지역언론에서 간헐적으로 이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일회성 보도에 그친 데 비해, 이번에 나름대로 작은 개선이나마 이뤄지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성과는 깨어 있는 시민의식으로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온 평범한 시민들과, 이들의 불만과 요구를 끌어안아 의제설정에 성공한 시민단체의 역할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12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청소년 TV 시청행태와 지상파 등급제 프로그램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중학생의 케이블TV 일일 평균 시청률은 3.2%로 전년 2.6%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지상파TV 일일 평균 시청률은 5.8%로 전년 6.2%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시청량을 조사해본 결과 청소년들은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2시간 중 약 27분을 TV 앞에 앉아있으며 가장 많은 보는 채널은 드라마, 스포츠, 영화 등 연예오락프로그램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케이블 방송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이며 특히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역언론·시민단체 개선책 이끌어내 다행''''
청소년들이 케이블 시청이 늘어가는 가운데 성인 방송이 쉽게 노출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역 SO(유선방송 송출사업자)들은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화면을 흐릿하게 하는 ''''스크램블'''' 처리를 했다고 하지만, 성행위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것은 물론 희미하게나마 윤곽도 볼 수 있다.
특히 이 채널은 영화와 스포츠 채널사이에 끼어 있다 보니 무심코 채널을 돌리는 사이 성인방송이 스쳐 지나가면 자녀와 함께 TV 시청을 하던 부모들의 입장은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간혹 부부 동반 모임이 있어 밤에 집을 비워야 할 경우, 보일 듯이 아슬아슬한 성인방송을 자녀가 시청하고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불만을 품고 있던 학부모들은 시민단체와 관공서, 언론사에 불만을 호소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기술적인 문제로 해결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늦은 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소리를 줄인 채 성인방송을 보고 있는 것을 보고 분노를 느껴 제보했다는 김진수(42·가명)씨는 ''''흐릿한 화면에 몰입된 채 성인방송을 보고 있는 아들을 보는 순간, 눈이 뒤집힐 만큼 분노를 느꼈다''''며 ''''이 문제를 언론사에 제보해 한 때 보도가 되기도 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며 ''''경남도민일보가 나서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시기 제보를 한 한민지(48·가명)씨는 ''''이이들이 성에 눈떠가는 과정 속에서 음란물에 호기심이 생기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인터넷이나 음란 비디오를 찾는 것 자체는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므로 어쩔 수 없다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안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성인방송을 보는 순간 선택권도 없다는데 대해서 화가 났다''''고 말했다.
한씨는 ''''지역언론과 경남민언련의 집요한 문제제기로 채널변경이라는 개선책이나마 이끌어낸 것은 참으로 다행이며 고마운 일''''이라며 ''''모처럼 ''''시청자의 주권''''이 인정받고 대접을 받은 것 같아 흐뭇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