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서는 여지나무 뿌리와 씨앗, 열매 껍질을 약재로 사용하고 있다. 여지는 지름이 3cm 정도면서 둥근형이고, 겉껍질이 거북등무늬처럼 생겼으며, 여지 과육은 시면서 단맛이 나고, 독특한 향기가 있어서 날로 먹을 수 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과일이다.
여지 과육에는 포도당 66%, 자당 5%, 단백질 1.5%, 지방 1.4%, 비타민 C와 A, 엽산(folic acid), 구연산(citric acid), 말산(malic acid) 등의 유기산이 들어 있다. 또한 다량의 유리된 아르기닌과 트립토판이 들어 있다.
당나라 현종 때의 양귀비는 여지를 무척 좋아했고, 어느 때고 신선한 여지를 요구했다. 양귀비가 살았던 장안은 사천성 시안(西安)이고 여지의 주산지는 광동성이라서 그 거리는 10만 8000리로 기차로도 26시간이나 걸린다. 당나라 현종은 이렇게 먼 거리를 먼지를 일으키며 급하게 말을 달렸고, 양귀비가 맛있게 여지를 먹는 것을 보며 현종은 즐거워했다고 한다.
여지는 기운순환을 촉진하고 통증을 완화하며 피를 생기게 한다. 그래서 위의 통증이나 딸국질, 피부의 염증이나 종기, 외상출혈을 치료하고 침이 나오게 한다. '식료본초'에서는 머리를 총명하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고, '천주본초'에는 성기능을 강하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지는 과일 가운데 성질이 따뜻해서 음허(陰虛)하거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먹지 말라고 기록하고 있다.
사상체질 가운데 소음인 체질이나 태음인 체질에게 잘 맞는 과일이고, 소양인이 많이 먹으면 열이 나거나 피부에 염증이 생길 수가 있다. '본초강목'에서는 많이 먹으면 입안이 아프거나 코피가 나고, 잇몸에 염증이 있는 사람은 먹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외국 자료를 보더라도 여지는 상당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여지는 자작나무 꽃가루나 국화과 꽃가루, 해바라기 씨, 쑥과 교차반응 할 수 있기 때문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또한 여지를 먹고 나서 입술이나 혀의 부종, 피부 아래에 부종, 가려움증, 두드러기, 호흡곤란, 불안, 기관지경련이나 아나필락시도 보고되었다.
여지 열매는 혈당수치를 낮출 수가 있기 때문에 당뇨병이나 저혈당 환자들은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또한 여지 열매는 출혈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출혈질환이나 약물을 복용중인 사람은 여지를 먹을 때 약의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김달래(사상체질 전문의·김달래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