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개봉하는 화제작 '역린'에 쏠리는 세간의 관심이 남다르다. 역린에 출연한 배우 현빈 정재영 조정석 한지민 박성웅 정은채와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2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 현장. 이곳 400석 가까운 규모의 극장을 가득 메운 취재진과 관계자들의 모습에서도 이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역린은 정조 즉위 1년인 1777년 7월28일 벌어진 정유역변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최근 극장가를 주름잡는 팩션 사극 열풍의 연장선에 있다.
정유역변은 서고이자 침전인 존현각에서 평소처럼 책을 읽던 정조가 지붕 위에서 정체 모를 소리를 듣고는 수색을 명해, 자객이 지붕 위에 침투했다는 것을 알고는 이에 연루된 모든 사람을 벌한 사건이다.
영화는 당시를 산 실제 인물들과 허구의 캐릭터를 버무려내 이날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역적으로 몰려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아들로 왕위에 올라 숨막히는 암살의 위험 속에 살아야 했던 왕 정조(현빈), 그런 정조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는 상책(정재영)과 금위영 대장 홍국영(박성웅), 정조를 위협하는 노론의 수장 정순왕후(한지민)와 아들을 지키려는 혜경궁 홍씨(김성령), 말 못할 비밀을 품고 궁에 들어온 세답방 나인 월혜(정은채), 그리고 자신을 길러낸 광백(조재현)의 잔인한 제안에 왕을 암살하려는 살수(조정석)가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이다.
영화 역린은 톱스타 현빈이 군 제대 뒤 첫 복귀작으로 선택했다는 점,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으로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재규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현빈은 극중 정조가 탄탄한 등근육을 지닌 것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왕이라면 그런 근육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는데, 시니리오에 '세밀한 등근육 완벽하다'는 문구를 보고 고민하면서 촬영 세 달 전부터 운동을 했고 촬영 날에도 매일 관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재규 감독은 "문무를 겸비했던 왕인 정조가 자신의 삶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보여 주는 장면"이라며 "극중 정조라는 캐릭터의 표현법이 확 와닿는 방식은 아니어서 그의 성향을 나타내는 데 필요한 기제였고, 이를 위해 현빈 씨가 너무 노력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고 했다.
이 감독은 "드라마를 할 때는 시간이 부족해서 스스로 빨리 판단해야 했던 것과 달리, 영화는 같이 생각하면서 함께 만들 수 있는 공동의 창작을 위한 여유가 있었다는 점에서 뜻 깊은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정조라는 인물은 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이상적인 군주상을 그리고 싶었다기 보다 이러한 정조라는 사람 자체를 표현하는 데 충실했다"며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 속에서 매일 아침 뛰쳐나가고 싶었을 텐데도 21년 동안이나 왕의 자리를 지키며 밝은 미래를 꿈꿨던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