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는 1일 마린 르펜 대표가 국민전선의 이미지를 변신시킨 것을 승리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르펜 대표는 아버지이자 국민전선을 창당한 장 마리 르펜과 달리 유대인을 증오하거나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 마리 르펜은 과거에 "(유태인을 학살한) 가스실은 2차대전 역사의 (수많은) 중요하지 않은 세부적인 일 가운데 하나이다", "나치의 프랑스 점령이 특별히 잔인한 것이 아니었다"는 등의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르펜 대표는 2011년 아버지로부터 당수직을 물려받은 후 이런 이미지를 씻고 국민과 직접 관련된 일들에 치중하려 애쓰고 있다.
르펜 대표은 유대인 대학살을 비판하며 과도하게 인종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당원을 축출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소수 인종 후보를 내세우기도 했다.
르펜 대표는 높은 실업률과 경기 침체, 반 이슬람 정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을 적극적으로 선거에 이용했다.
프랑스에서는 10%가 넘는 높은 실업률과 세계적 경쟁 격화로 국민의 불만이 높다. 또 이민자와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프랑스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마저 커지고 있다.
르펜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민족을 앞세우며 반 엘리트, 반유럽연합(EU), 반이민의 깃발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르펜 대표는 "우리는 프랑스를 우선시할 권리를 주장한다. 국민은 프랑스에서 프랑스인처럼 살기를 원하지, 사우디나 카타르인처럼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결과 국민전선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11개 도시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출했다. 이번 선거 직전에는 국민전선 소속 시장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르펜 대표의 직설적인 화법과 카리스마 넘치는 개성은 국민전선의 또 다른 인기 배경이다.
르펜 대표는 2012년 대선 1차 투표에서 17.9%를 득표해 현 대통령인 사회당의 올랑드 후보(28.6%)와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27.2%)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르펜의 국민전선은 기존 극우정당의 틀에는 맞지 않은 부분도 수용하고 있다.
반이민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탈퇴 등의 주장은 다른 국가 극우정당과 다를 바 없지만, 그녀는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지지하는 등 진보적인 면도 보이고 있다.
또 그녀 자신이 이미 두 번의 이혼을 한 경험이 있는 등 다른 국가의 보수나 극우 정당 대표와는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르펜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의 선전을 발판으로 삼아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승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녀는 이를 위해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다른 국가의 극우정당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파스칼 라미 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경제 불황은 극우파들에는 기회였다"면서 "그러나 르펜의 주장은 결국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