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체이스는 사연을 품은 팔팔한 액션 영화로서 색다른 면모를 자랑한다. 전작을 통해 현실에 발붙인 인물과 상황 설정, 빠른 전개, 땀내 진동하는 액션을 빚어내는 데 남다른 감각을 뽐냈던 감독의 연출작답다.
이 영화의 액션은 우리네 실제 삶처럼 선택과 우연의 지배를 받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인생은 B(Birth·탄생)와 D(Death·죽음) 사이의 C(Choice·선택)"라는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1980)의 말이 이 영화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고 살인죄로 형을 마친 전직 경찰 시몽(벵상 랭동)은 죄의식에 시달리며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까지도 멀리한 채 따로 산다. 세상 모든 일에 눈과 귀를 닫고 지내는 그의 삶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
시몽의 전 파트너 프랑크(질 를르슈)는 그러한 시몽을 곁에서 돌보려 애쓰지만, 자신의 삶도 공허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역에서 마약상들이 차례로 살해되는 사건을 접한 뒤 프랑크는 수사에 착수한다. 희생자가 갈수록 늘어 가던 어느 날, 시몽의 아들 테오는 우연히 갱단의 살인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이 아이를 잡기 위해 갱단은 끈질긴 추격을 시작하고, 소중한 아들을 지키려는 시몽과 그러한 친구를 돕고자 나선 프랑크는 갱단과 쫓고 쫓기는 사투를 벌인다.
이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극의 중요한 이미지들을 이어붙인 몽타주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시몽의 과거를 압축해 보여 주는 동시에 그의 불안한 심리를 그린다.
좁은 차 안에서 범죄자와 격투를 벌이는 프랑크의 첫 등장신에서도 범인이 쏜 총 탓에 귀에서 이명이 들리는 프랑크의 고통을 관객들에게까지 전달하려 한 점에서 세련됐다.
이러한 효과를 통해 이 영화는 깨고 부수는 단순 액션의 틀을 벗어나, 이야기가 있는 액션 영화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모습이다.
그렇게 아내와 아들을 지키기 위해 시몽이 벌이는 몸짓은 처절하고, 그러한 친구를 돕기 위해 나선 프랑크의 그것은 비장하다.
눈길을 확 잡아끄는 점은 이 영화가 적을 한 명 한 명 처단해 가면서 정해진 수순으로 향하는 기존 액션 장르의 문법을 살짝 비틀었다는 데 있다.
기존 액션 영화에서는 주인공 외 다른 인물들이 주인공의 활약상을 빛내기 위한 수단으로 잇달아 소모되는 데 반해, 이 영화에서는 단역들이 극의 흐름을 확 바꿔 버리는 계기를 제공하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까닭이다.
나이트클럽 총격신에서 시몽과 프랑크를 위기로 몰아넣기도 하고, 프랑스 고속열차 떼제베(TGV) 결투신에서 주인공들을 수렁에서 건져내기도 하는 인물들은 극적으로 나타난 조력자가 아니라, 그 공간에 함께 있던 의외의 인물들이다.
이렇듯 이 영화는 주인공의 선택과 주변의 우연이 결합된 액션을 매 시퀀스마다 녹여냄으로써 사실성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무표정함 속에서 오만가지 감정을 드러내는 시몽 역의 벵상 랭동도 인상적이다. 액션 영화에서 배우들이 저지르기 쉬운 격한 몸짓, 과한 표정을 철저히 배제한 그의 모습은 삶의 굴곡을 오롯이 품은 우리네 아버지요 형제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더 체이스의 원래 제목은 프랑스어로 '메아 쿨파(Mea Culpa)'다. 우리말로 옮기면 "내 탓이오"라고 가슴을 치며 죄를 고백하는 행위, 즉 회개를 뜻한다. 영화를 끝까지 보면 왜 이러한 제목이 붙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90분 상영, 1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