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나란히 프로농구 선수가 됐다. 각자 해외 리그에서 이름값을 날렸다. 시간이 흘러 형제는 마침내 한 무대에서 만났다. 어머니의 나라 한국 프로농구 무대에 섰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서 만나게 됐다.
형 문태종(39·창원 LG)과 동생 문태영(36·울산 모비스)이 2013-2014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우승 트로피는 하나, 형제가 함께 웃을 수는 없다.
문태종은 1일 오후 창원 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기대할만한 경기가 될 것 같다. 1-2위 팀들의 경기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길거리와 뒷마당에서 동생과 농구를 자주 했다. 이런 자리에서 붙게 돼 기대된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에는 형만한 아우 없었다. 문태종은 "5대5 경기에서 매치업을 자주 했다. 주로 내가 이겼다. 예전 이야기라 지금은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표정에는 자신감이 가득 했다.
동생도 과거의 흑역사(?)를 인정했다. 문태영은 "주로 형이 이기기는 했지만 나는 형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배운다는 자세로 임했다. 이제 나이고 들었고 경험도 쌓였으니 어떻게 될 지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 당차게 말했다.
형제의 어머니 문성애씨는 동생에게 "작년에 우승했으니 올해는 형에게 양보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문태영은 지난 시즌 모비스에서 우승을 경험했다. 형은 아직 KBL 우승 경력이 없다. 문태종에게는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서로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문태종은 동생에 대해 "단점이 별로 없는 선수라 막기 어렵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늘 침착하고 차분한 문태종다운 답변이었다.
동생은 보다 짓궂었다. 문태영은 "굳이 약점을 꼽자면 나이를 얘기하고 싶다. 올해 유독 자주 넘어지는 모습을 봤다"며 웃었다. 장내도 웃음 바다가 됐다. 문태영은 "적극적으로 농구를 하고 많이 달리면 형이 지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