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대사는 5월 인도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는 제1야당과도 불편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그는 이날 간단한 성명을 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5월 말까지만 현직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사임 이유는 제시하지 않았으나 이번 결정이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며 은퇴하고 나서 델라웨어주에 있는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간다, 가나, 파키스탄, 네팔 대사를 역임하는 등 37년간 남아시아 전문 여성 베테랑 외교관으로 활동해온 파월 대사는 2012년 4월 인도 뉴델리에 부임했다.
그의 사임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데비아니 코브라가데 뉴욕 주재 인도 부총영사를 공개 체포하면서 양국 간 외교 갈등이 표출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코브라가데 부총영사는 가사 도우미인 산기타 리처드를 미국에 데려오면서 취업 비자 서류를 조작하고 미국 내 규정 임금인 월 4천500달러의 3분의 1 수준만 지급하고도 정상 임금을 준 것처럼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은 인도 정부에 그의 면책특권 포기를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올해 초 강제 출국 조치를 했다.
인도는 이에 파월 대사를 외무부 청사로 불러들여 항의하고 인도 내 미국 외교관들에게 신분증을 반납하도록 하는 등 반발하기도 했다.
더욱이 워싱턴DC와 뉴델리 외교가에서는 인도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이 5월 총선에서 승리해 차기 정부를 맡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인도국민당 총리 후보인 나렌드라 모디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파월 대사가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었다.
파월 대사는 모디가 주 총리로 있는 서부 구자라트에서 2002년 초 일어난 힌두와 무슬림 간 유혈 충돌 사건과 관련, 모디를 '깐깐하게' 대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영국 등 일부 서방 국가는 힌두민족주의자인 모디가 당시 충돌 과정에서 힌두 편에 서서 사태를 방관했다는 이유로 충돌 이후 그에 대한 입국 비자 발급을 거부한 바 있다.
영국 등은 지난해 이 조치를 해제했으나 파월 대사는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도 일간지 힌두스탄타임스는 최근 미국과 인도 외교 소식통들의 말을 빌려 미국 정부가 조만간 파월 대사를 불러들이고 정치적인 인물을 후임에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인도 총선이 내달 7일부터 5월 12일까지 진행되고 개표가 5월 16일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파월 대사가 미국으로 귀환하는 시점과 일치해 오바마 행정부가 인도와의 관계 개선 차원에서 파월 대사 교체를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