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500일의 썸머'로 재능을 입증한 마크 웹 감독은 기존의 영웅물과 달리 액션에 달달한 로맨스를 더했고 이런 차별화로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훔쳐 국내에서도 485만 관객을 사로잡았다.
미국보다 1주 앞선 24일 국내 개봉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더욱 깊어진 로맨스와 보다 빠르고 역동적인 액션을 예고했다. 도심을 맨몸으로 날아다니는 활강액션은 마치 놀이동산에 온듯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정체성 고민에 빠졌던 심각한 영웅들과 달리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0살의 풋풋하고 활기 넘치는 거미인간 피터(앤드류 가필드)는 마치 놀이하듯 재치 있는 농담을 늘어놓으며 '영웅 역할'을 즐긴다.
모범생 이미지의 토비 맥과이어를 잇는 '2대 스파이더맨'인 앤드류 가필드는 실제 유쾌한 성격의 피터처럼 가볍게 유머를 섞어가며 기자회견을 즐겼다.
가필드는 지난 31일 일본 도쿄 리츠칼튼호텔에서 진행된 아시아 투어에서 "전편에 비해 훨씬 자신감도 붙고, 스파이더맨 역할을 즐기게 됐다"고 밝혔다. 몸을 단련한 이야기를 하면서는 '쫄쫄이를 입기 위해서'라는 표현도 썼다.
스파이더맨은 근육질인 기존의 슈퍼히어로와 달리 가볍고 말랐지만 날렵하고 강력하다.
그는 "이소룡을 모델로 했다"고 설명했다.
"브루스 리는 말랐지만 멋진 무술을 선보였다. 근육질인 토르와 달리 스파이더맨은 저처럼 마른 아이에게 희망을 주는 캐릭터다. 물론 힘도 있다. 저도 쫄쫄이를 입기 위해 체내 체지방을 3-4%로 유지했다. 힘들었지만 가치가 있었다."
극중 피터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랑, 그웬 역할의 엠마 스톤은 "전편보다 성숙해졌다"고 비교했다.
"1편을 찍을 때 21살이었고 지금은 24살이 됐다. 지금이 인생의 중대한 시기이지 않나.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캐릭터에 모두 쏟아 부었다. 그리고 극중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그웬이 인생의 유한성을 깨달았다. 인생의 깊이가 더해졌다."
"그웬의 아버지는 경찰청장이었고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아침에 권총을 차고 나갈 때마다 두려움을 느낀 아이다. 영웅이 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스스로 영웅의 기질을 지녔다. 그런 그웬도 존경하고 실제 현실에서 군인이나 소방관처럼 영웅의 파트너들도 존경한다."
악당이 있어야 영웅이 존재한다. 이번 시리즈에는 총 3명의 악당이 나온다. 대표적인 악당이 20대 배우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줄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일렉트로다.
일렉트로는 전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원래는 오스코프사의 전기기술자이자 스파이더맨의 광팬이었으나 외톨이였던 그는 우연히 얻게 된 능력을 통해 그동안 억눌려왔던 내면의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폭스는 "히어로물을 보다 보면 도대체 악당들의 그 분노가 다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해지는데, 이 영화는 그 부분에 대한 뒷얘기가 있다"고 소개했다.
악당 연기를 본격적으로 해본 즐거움도 전했다. 그는 "매우 색달랐다"면서 "선은 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전기를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일렉트로의 특별한 능력은 이번 시리즈에서 화려한 볼거리로 연결된다. 그는 전기를 흡수해 뉴욕 타임스퀘어를 시작으로 도심을 일순간에 암흑으로 바꾼다.
불야성을 이루던 도시가 순식간에 빛을 잃는 모습과 자체 발광하는 일렉트로와 스파이더맨이 캄캄한 뉴욕의 밤거리에서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속편의 대표적인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웹 감독은 "전편에 비해 더 많은 스펙터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번 시리즈의 주안점을 설명했다.
"1편에서 해본 액션 연출로 자신감이 붙었다. 무엇보다 어릴적 제가 만화를 보면서 느낀 판타스틱하고 신기한 기분을 재현하고 싶었다. 당시 그 만화 세상은 매우 크고 웅대했다. 하지만 친밀한 인간관계가 그 모든 스펙터클의 바탕이 돼야 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국내에서 '아이언맨'시리즈와 함께 성공적인 히어로물로 손꼽힌다.
웹 감독은 성공의 비결로 "어떤 영화건 교감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스파이더맨은 모두가 공감할 캐릭터고, 무엇보다 슈트를 입고 있어 인종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이유를 분석했다.
그는 또한 "스파이더맨의 핵심은 현실적인 스토리"라며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며, 저는 이보다 예산이 적은 영화를 연출할 때처럼 이번에도 자유로움을 느꼈다"는 말로 마음껏 기량을 뽐냈음을 드러냈다.
웹 감독은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발한 4DX기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는 4D가 많은데, 4D는 관객의 체험을 확장시켜준다"고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