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2등시민' 러시아인 "차별 그만" 요구

시민권 없는 사람 적지 않아…현 지도층, 불만 수용 추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가 러시아계 주민들의 일방적인 여론을 발판으로 러시아에 편입된 이후 인근 라트비아에서도 민족 간 갈등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라트비아의 러시아계가 `2등시민' 대우를 받고 있다며 최근 이들의 권리신장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와 함께 발트 3국으로 불리는 라트비아는 1991년 소련에서 분리독립했다.

인구 200만인 라트비아에서 소수파인 러시아계 주민수는 54만5천명이다. 문제는 이들 러시아계 주민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시민권이 없다는 점이다.

라트비아 시민권을 획득하려면 라트비아어 시험을 통과해야 하지만, 소련 통치시절 이주해온 러시아계 주민 중에는 그 수준의 실력이 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시민권이 없는 러시아계 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투표권이 없고, 공무원이 될 수도 없다. 여권의 생김새도 일반 국민과 다르다.

러시아계 주민들의 단체 '비시민회의' 대표 알렉산드르 가포넨코는 "2등 시민으로 살아가는 기분"이라며 "라트비아 사회는 인종주의와 차별이 존재하고, 러시아인은 사회의 바닥에서 살아간다"고 주장했다.

시민권을 가진 러시아계 주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존재한다. 정부 내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1년 총선에서 러시아계 주민을 대표하는 '화합센터당'이 3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지만, 정권 장악에는 실패했다. 반(反)러시아 친(親)서방 성향인 다른 정당들이 연정해 정부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계 주민 비율이 우크라이나보다 적은 라트비아에서 당장 크림반도와 비슷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민족 갈등을 쉽게 봉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라트비아 동부지역은 러시아계 주민들의 비율이 더 높다. 이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뉴스를 러시아 언론을 통해 접한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라트비아 경제는 수출, 관광, 교통 등 분야에서 러시아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라트비아 휴양지에 별장을 구매했거나, 라트비아 은행에 거액의 예금을 맡겨놓은 러시아인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라트비아의 지도층 인사들이 오는 10월 총선에서 러시아계 주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화합센터당이 정부구성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라트비아의 한 고위급 정부관리는 "러시아계 주민과 관련된 문제를 너무 오랫동안 못 본 척했다"며 "더 큰 문제가 되기 전에 지금 이 문제에 대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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