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따르면 중국 5대 은행이 지난해 대손상각으로 처리한 불량채권 규모는 590억 위안(약 10조원)으로, 전해보다 127%나 급증했다.
이 같은 규모의 대손상각은 이 은행들이 지난 10년간 파산에서 구제된 뒤 자본을 확충하고 증시에 상장된 이후 최대 규모다.
대손상각 규모의 급속한 증가는 최근 중국의 금융 시스템을 뒤흔드는 이상기류를 암시하는 징조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의 채권시장은 3월 처음으로 불거진 채무불이행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다.
세간의 이목을 끄는 두 개의 그림자은행(shadow bank)의 투자 상품이 마지막 순간에 이뤄진 구제금융 덕에 겨우 붕괴를 면했고 지난주에는 한 지방은행이 일시적 예금인출 사태에 시달리기도 했다.
각종 지표들 역시 지난 1분기 중국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으며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990년 이후 가장 저조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 악화는 조만간 중국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주 "점점 커지는 경기침체 압박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라며 "경기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은행들은 지난 10년간 고속 성장한 중국 경제의 영향으로 튼튼한 방어벽을 구축해왔다.
이들은 발생 가능한 손실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예비금을 비축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완충자본이나 수익성을 약화시키지 않고도 2배 규모의 대손상각 처리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중국공상은행을 포함한 중국 5대 은행의 지난해 수익은 전년보다 7∼15% 증가했다.
전년보다 증가폭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건실한 수준이다.
대손상각 처리의 영향으로 5대 은행의 불량채권 비율은 0.95%에서 1%로 약간 높아졌다.
하지만 중국 은행 주식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보면 투자자들은 이들 은행이 보유한 불량채권 규모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보다 5배 정도 많을 것으로 믿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중국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인 랴오칭은 "중국의 은행들은 경기침체 상황에 적절히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은행들이 부실채권 비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기 위해 대손상각을 이용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