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집권당, 온갖 악재 불구 지방선거서 압도적 우세

개표 중반 전국득표율 47%…'승패 가늠자' 이스탄불·앙카라 선두

터키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부패 스캔들'과 감청 파일 폭로, 트위터·유튜브 차단 등의 악재에도 개표 중반까지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터키 반관영 아나돌루통신의 집계에 따르면 30일 오후 11시(현지시간) 개표율 50% 상황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전국 득표율 47.1%를 기록해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27.5%를 크게 앞서고 있다.

이는 정의개발당이 목표로 제시한 2009년 지방선거 득표율(38.8%)을 크게 웃돌고, 최다 득표율을 기록한 2011년 총선(49.8%)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정의개발당은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에서도 공화인민당 후보와 5%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리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터키 정계에는 '이스탄불에서 이기면 터키에서 승리하고 앙카라에서 패배하면 터키에서 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국 득표율은 물론 두 도시의 결과가 승패의 가늠자로 여겨진다.

민영방송인 NTV도 개표율 40%를 넘긴 상황에서 정의개발당의 전국 득표율이 46.5%로 공화인민당(28%)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집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오후 11시 40분 수도 앙카라의 정의개발당 당사 앞으로 나와 운집한 지지자 수만명을 상대로 선거 승리를 선언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여름의 전국적 반정부 시위와 '부패 스캔들'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로 11년간 통치한 에르도안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이 강하다.

에르도안 총리는 최근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가족과 장관들, 측근 등에 대한 부패 혐의 수사가 지난해 12월 17일 대대적 검거 작전으로 공개되는가 하면 지난달부터 연일 자신을 비롯한 주변의 전화를 감청한 자료가 폭로돼 수세에 몰렸다.

그는 정치적 동지에서 정적으로 돌아선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을 수사와 감청 폭로전의 배후로 지목하고 귤렌 측 세력이 대거 진출한 경찰과 검찰 등의 수천명을 인사조치했다.

정의개발당은 에르도안 총리가 선거운동을 주도하는 가운데 경제 치적을 내세우고 귤렌을 비난하는 전략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야당들은 총리와 측근의 비리 혐의와 트위터와 유튜브 차단 등 독재적 통치를 비판하며 정권 심판론으로 공세를 폈으나 오히려 집권당 지지층을 결집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선거의 유권자는 5천269만여명에 이르며 전국 81개주(州) 957개 선거구에 19만4천310개 투표소가 마련됐다.

선거에는 정의개발당과 공화인민당, 민족주의행동당(MHP), 평화민주당(BDP) 등 원내 정당을 비롯해 모두 26개 정당이 시장과 구청장, 시의원 등의 후보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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