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브랜드 제고를 포함한 장기적인 효과 2조 원, 홍보 효과도 수천억에 이른다는 장밋빛 전망도 제기한다. 그러나 교통체증으로 말미암은 사회적 비용 증대, 도시 홍보와 거리가 먼 장르의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 장기적 경제효과 2조원?
영화진흥위원회는 '어벤져스 2' 촬영으로 인한 경제 효과를 876억 원으로 추산했다. 할리우드 제작진이 쓰는 비용과 국내 스태프 고용으로 인한 유발 효과,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62만 명) 등을 포함한 예상치다.
한국관광공사는 직접 효과로 4천억 원, 브랜드 제고까지 포함하면 장기적으로 2조 원의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할리우드 제작진이 국내에서 쓰는 제작비는 100억 원(전체 제작비의 5%) 정도다. 이 가운데 30억 원 정도는 환급받는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외국 영상물 국내 로케이션'제도 덕택이다.
이에 따르면 국내에서 10일 이상 촬영하고, 2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쓸 때는 국내서 쓰는 제작비의 30%를 환급받는다. 결국, 마블 스튜디오가 이번 촬영으로 한국에서 쓰는 돈은 70억 원에 불과한 셈이다.
관광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차량이 폭파되고, 건물이 파괴되는 블록버스터의 한계 때문이다.
한 영화 평론가는 "'미드 나잇 인 파리'나 '로마 위드 러브'처럼 그림엽서 같은 영화를 보면 파리나 로마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도심이 폭파되는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블록버스터로서 관광효과는 크지 않겠지만 이번 촬영이 영화의 국내 흥행에 도움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IT 강국, 세련된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그런 이미지가 한국만의 고유성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며 "관객들이 기억하는 건 전통적이고 특수한 그 국가의 이미지"라고 덧붙였다.
다만, 영화 내용에서 대한민국을 긍정적으로 묘사한다는 정부와 마블 측의 양해각서에 따라 어느 정도 한국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그려질 것이란 기대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한국영화계 상대적 박탈감
'어벤져스 2'의 한국내 촬영을 바라보는 국내 영화계의 시각은 싸늘하다. 할리우드 제작진들이 마포대교나 강남대로 같은 교통 체증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주요 거점에서 10시간 넘게 촬영을 허가하는 '특혜'를 받기 때문이다.
특히 수백 명의 경찰을 동원하고, 72개의 임시 버스 노선을 운영할 정도의 유례 없는 촬영 협조를 바라보며 국내 영화계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상당하다.
실제로 1천만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가 부산시의 협조로 광안대교에서 촬영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국내 영화를 위해 한강 다리를 통째로 내줘서 장시간 동안 촬영한 적은 없다. 500만 관객을 동원한 '더 테러 라이브'(2013)는 마포대교 붕괴를 소재로 했지만 실제 마포대교는 나오지 않는다. 특수 제작된 다리와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했다.
1천234만 명을 동원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는 경복궁과 창덕궁 등지에서 촬영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고증이 맞지 않는다고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한국영화 '소녀무덤' 제작진이 촬영 일주일 전 지하철 촬영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 2012년 '순환선'으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상을 받은 신수원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지나친 규제 탓에 촬영 중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한 중견 영화감독은 "당국이 도와주기는커녕 딴죽이나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영화를 촬영하고 있으면 체증 유발로 인한 과태료를 자주 부과한다"며 "이로 인해 프로듀서 중 상당수가 범칙금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비판했다.
◇ '어벤져스 2' 내용과 한국내 촬영분은
'어벤져스'(2012)는 아이언맨·토르·헐크·캡틴 아메리카 등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이 지구를 침입한 외계인에 대항해 싸운다는 내용을 담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전 세계적으로 15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국내에서도 70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후속편은 2시간을 조금 넘는 분량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 가운데 20분 정도에 한국에서 촬영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그러나 1주일 넘게 강남역 등에서 촬영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본 레거시'(2012)도 1분30초 분량만 나온 전례에 비춰 얼마나 많은 장면이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언론에 촬영 현장이 유출될 경우, 편집될 가능성도 있다.
내년 여름 개봉 예정인데다가 촬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출신의 과학자가 새로운 무기를 만들자 외계인이 이를 탈취하기 위해 서울을 침공한다는 내용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 세계적인 영화사이트 'IMDB'에도 지구의 영웅들이 다시 모여 지능을 갖춘 로봇인 울트론과 대결을 벌인다는 한 줄짜리 시놉시스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게 전부다.
제작사인 마블과 투자배급사인 디즈니는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채 서울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촬영과 관련된 모든 부분은 마블 프로덕션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심지어 경호업체까지도 직접 통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