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중국과 서비스협정' 반대 대규모 집회(종합)

홍콩 등 17개국서도 유학생 등 지지시위…보수단체 '맞불집회'

대만 학생운동 단체가 30일 대(對)중국 서비스 산업 시장개방에 반대하며 수도 타이베이(臺北)에서 대규모 도심 집회를 개최했다.

학생운동 단체 소속 대학생과 시민 등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총통부 앞 카이다거란(凱達格蘭)대로와 인근 입법원(국회) 주변 중산난루(中山南路) 일대에서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철회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시위에 11만 6천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시위 주최 측은 5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말했다.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고 해바라기를 든 참가자들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협력 감독장치 법제화, '선(先) 감독장치 법제화 후(後) 협정 심의', 시민 헌정의회 개최 등도 요구했다. 검은 옷은 '밀실협상'에 대한 항의의 뜻을, 해바라기는 '희망'을 각각 상징한다.

참가자들은 '마잉주(馬英九) 총통 하야', '민주주의를 살리고, 나라를 팔아먹지 말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지난 24일 경찰의 행정원(중앙정부) 청사 점거 시위대 강제 해산에 대해서도 '국가 폭력'이라고 주장하며 공식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집회에는 제1야당인 민진당 쑤전창(蘇貞昌) 주석(당 대표)과 차이잉원(蔡英文·여), 셰창팅(謝長廷) 전 주석 등 유력 야권 차기 대선주자 후보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대만 당국은 5천여 명의 경찰과 1천여 명의 총통부 수비 헌병 등을 비상 대기시키는 한편 주요 접근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고압 살수차를 총통부 주변에 배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총통 관저와 행정원, 외교부 청사 등의 경비도 강화했다.

이날 해외 각국에서도 지지성 집회가 벌어졌다. 홍콩에서는 홍콩학생연맹과 현지 유학 대만인 대학생 등 500여 명이 홍콩섬 중심지에 있는 차터 가든 일대에서 거리 행진을 벌였다고 대만 중앙통신(CNA)이 전했다.

홍콩학생연맹은 "이번 지지 시위가 민주주의를 매개로 홍콩과 대만인을 묶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대한민국 서울을 비롯해 17개국, 49개 도시에서 대만인 유학생과 화교 등을 중심으로 지지 시위가 있었던 것으로 현지 언론은 집계했다.

학생운동 단체는 시민 모금 운동을 통해 뉴욕타임스에 광고를 게재하고 영문 홍보 사이트도 개설했다.

대만 학생운동 단체는 이번 시위와는 별도로 이날로 13일째를 맞은 입법원 점거 농성을 이어갔다.

앞서 학생운동 단체는 집권 국민당이 일방적으로 서비스무역협정 비준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키자 지난 18일 밤 비준안의 입법원 본회의 심의 저지를 위해 본회의장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 협정이 발효되면 대만 경제의 중국 종속이 가속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운동 단체는 당분간 입법원 점거 농성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 총통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의 요구와 관련해 양안 협력 감독장치 법제화에는 동의하지만, 양안 간 지난해 6월 체결된 서비스무역협정을 철회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에 찬성하는 단체의 맞불시위도 벌어졌다.

보수단체인 공민정의연맹 소속 회원들은 이날 오후 흰색 티셔츠 차림으로 학생단체 집회 현장과 가까운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에서 집회를 하고 입법원 점거 중단, 서비스협정 조속 심의 등을 주장했다.

전날에도 같은 장소에서 무당파 단체 성격의 백색정의사회연맹 소속 3천여 명의 회원과 경찰 가족 단체 등이 국회 정상화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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