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실적위주로 가면 개악될 수도"

정치권 간과할 경우 규제개혁 막힐 가능성도 우려

사진=청와대 제공
정부가 올해 안에 경제 규제 1,100개를 줄인다는 계획 아래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는 제대로 된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 대통령을 등에 업은 기업인들이 고충을 토로하면, 장관들은 "전향적으로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기 바빴다.


급기야 정부는 이날 제기된 52개 건의사항 중 41개에 대한 규제 완화에 즉시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일주일만에 발표했다. 유례없는 속도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식으로 올해 안에 전체 경제규제의 10%에 해당하는 1천1백개의 규제를 풀고, 임기 안에 규제의 20%를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관주도의 타성에 젖은 행정의 틀 자체를 바꾸는 규제개혁이 아닌, 민원 해결위주, 실적 위주의 개혁은 개악이 될 수도 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실적 위주로 장관이나 부처를 닥달하면 전시성 개혁이 나타날 수 있다"며, "필요한 규제마저 보류하는 등 오히려 정상적인 정부 기능을 해치는 방향으로 흐를 경우 규제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규제개혁의 상당수가 입법이 필요한데도 정치권의 역할을 간과한 채 정부주도로만 진행되는 것도 문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규제개혁은 여야가 모두 전향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야당의 입장은 정부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른바 끝장토론 다음날인 21일, “울타리를 없앤다면 우리사회는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사회가 될 것이고 선하고 힘없는 양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앞으로 규제개혁 법안들의 통과도 순탄치 못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쏟아낸 경제활성화 대책 법안들은 아직 70개 넘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법안 또한 국회에 쏟아질 예정이다. 행정부가 입법부의 협조를 얻지 못한다면,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는 규제개혁도 국회에서 막힐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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