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용 중인 '블랙베리'를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의 스마트폰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각국 정상들의 스마트폰 보유 현황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신문은 국가 지도자의 스마트폰 보안은 국가안보와 직결돼 이를 둘러싼 암호화 및 해킹 방지 등 보안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각국 정상의 스마트폰 보유 판도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RIM사의 블랙베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애용하면서 서방국을 중심으로 정치 지도자용 스마트폰으로 득세했지만 최근 들어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시장 경쟁에 밀려 블랙베리의 점유율이 추락하자 각국 정부는 시장 퇴출 위험이 커진 블랙베리를 대체할 신뢰성 높은 스마트폰 도입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활동에서 표적이 됐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블랙베리와 노키아의 스마트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키아 '6260' 슬라이드 스마트폰은 NSA의 감청 표적이 됐던 기종으로 당내 사안과 관련된 통화에만 이용한다. 국정 현안과 관련된 통화에는 시큐스마트사의 암호화 칩을 내장해 보안성을 강화한 블랙베리 'Z10' 단말기를 사용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블랙베리 마니아로 잘 알려졌다.
취임 전 블랙베리를 사용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비밀경호국(SS)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보유 단말기에는 암호화 칩이 내장돼 도청의 위험을 방지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스마트폰 개인 이메일은 백악관의 극소수 고위 관계자와의 연락에만 활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말 공개석상에서 보안상 이유로 아이폰 사용을 허가받지 못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차기 미국 대권 주자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블랙베리 애호가로 꼽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아이폰 5를 항상 휴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여자친구인 배우 줄리 가예와도 끊임없이 문자를 주고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아이폰 사용은 개인적인 용무에만 국한된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NSA의 감청활동 폭로 파문이 터지면서 공적 업무와 관련한 정부 각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기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개인용무에 블랙베리를 즐겨 썼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보안용 특수 휴대전화기에는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가 별도 제작한 테오렘 휴대전화는 이 당시 보안코드 때문에 연결에 30초나 더 걸려 불편하다는 질책에 시달렸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기밀 유지를 위해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송사에도 휘말린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모바일 기피벽으로 잘 알려졌다. 과거에 KGB 요원을 지내 평소 보안관념이 투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06년에는 휴대전화기는 여러 대 있지만, 시간이 없는데다 다른 수단을 선호해 쓰지 않는다고 공개했으며 2010년에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면 벨 소리가 끊길 때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스티브 잡스 사망 당시 페이스북에 '우리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애도할 정도로 아이폰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소개됐다. 신문은 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해 공개된 사진에서 대만 HTC의 것으로 보이는 단말기를 회의 테이블에 올려 둔 모습이 포착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