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일부 인구 밀집 지역에 수도관이 파열돼 시내 도로가 물바다가 되는가 하면 전기까지 끊겨 혼란이 빚어졌다.
특히 이 지역에 많이 거주하는 한인 교민들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지역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9분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약 32㎞ 떨어진 오렌지 카운티 라하브라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에 앞서 8시3분에는 규모 3.6의 지진이 일어났고 규모 5.1 지진 이후 9시11분과 9시30분에는 규모 3.6의 여진이 뒤를 이었다.
규모 5.1의 지진 때는 집이 흔들리고 전신주와 가로수가 휘청거릴 만큼 진동이 심했다. 200㎞ 떨어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주민들도 느낄 정도였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진앙이 지표면에서 불과 2㎞ 아래여서 진동이 좁은 지역에서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 소방국은 인명 피해 보고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앙 인근 지역 소방서와 경찰서를 비롯한 행정 관서, 그리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는 주민들이 올린 피해 사례가 줄을 이었다.
특히 라하브라 지역 주택 대부분에서는 화분이나 꽃병이 떨어져 깨지고 가구가 쓰러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 지역에는 전선이 끊어져 상당수 주택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플러턴에서는 파열된 수도관에서 새어나온 물이 강물처럼 도로를 타고 흘러내려 시내 곳곳에서 경찰 순찰차가 교통을 통제했다.
주민들은 엉망이 된 집 안을 정리하느라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카본캐년 지역에서는 도로 위로 토사가 흘러 도로가 끊겼고 차량 한대가 전복됐다.
지역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비상근무에 돌입했고 전기회사, 수도국 직원들도 철야 근무에 나섰다.
진앙에서 머지않은 디즈니랜드도 놀이 기구 운행을 중단했다.
지난 1994년 로스앤젤레스 근교 도시 노스리지에서 일어난 규모 6.7의 지진으로 57명이 사망하고 9천명이 다친 아픔이 있는 로스앤젤레스 지역 주민들은 이날 지진에 공포감을 감추지 못했다.
라하브라 인근 로랜드하이츠에 사는 장덕영(51) 씨는 "미국 이민 생활 10년 만에 가장 큰 진동을 느낀 지진"이라면서 "거실에 있던 피아노가 10㎝쯤 움직였다"고 말했다.
플러턴 주민 조원상(47)씨는 "집 안에 책장이 넘어져 책과 장식품 등이 온통 흩어져 치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그래도 사람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라미라다에 사는 보잉사 직원 톰 코놀리는 AP통신과 전화 인터뷰에서 "약 30초간 건물이 흔들리자 사람들은 놀라서 서로 껴안았다"면서 "무섭긴 무서웠다"고 말했다.
관중 수만명이 입장한 가운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열린 다저스타디움에서도 진동이 감지됐지만 경기는 중단되지 않았다. 지진 발생 당시 다저스와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간 경기는 6회가 진행 중이었다.
소방국과 경찰국이 중심이 돼 즉각 가동에 나선 로스앤젤레스 시 재해대응본부는 일단 인명피해와 심각한 수준의 건물 균열이나 붕괴 위험 사례는 없다고 발표했다.
로스앤젤레스 광역 전철 운영 공사도 시설 피해는 없으며 전철은 정상 운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지난 17일에도 규모 4.4의 지진이 일어나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일주일 사이에 두 차례나 상당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대형 지진이 일어날 조짐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 지진 관련 국책 연구소를 운영하는 캘리포니아공대(캘텍)의 로버트 그레이브스 교수는 "이번 지진이 곧 닥칠 강진의 전조일 확률은 5%"라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평소 대규모 지진에 철저한 대비를 강조해온 가세티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이번 지진으로 우리는 잘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987년 로스앤젤레스에서 규모 5.9 지진이 일어났을 땐 8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 100채 이상 주택과 1천300가구의 아파트가 붕괴되는 등 3억6천만 달러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