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접경에 대규모 병력 집결시킨 이유는

우크라·서방 "크림 공화국이어 동부 지역 무력 장악 의도" 경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 지역 인근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북부 도시 체르니고프, 동부 도시 하리코프, 도네츠크 등에서 멀지 않은 국경 지역을 따라 폭넓게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군의 병력 규모는 최소 2만명에서 최대 10만명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의 대규모 병력 배치를 주장하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측 인사 가운데 상당수는 크림 공화국을 병합한 러시아가 여세를 몰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까지 장악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CNN 방송은 미국 정보 당국의 기밀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가 크림반도와의 육상 운송로를 확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안드리 파루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위원장)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목표가 크림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험이 아주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침공해 혼란을 조성함으로써 오는 5월 25일로 예정된 조기 대선을 무산시키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이같은 경고에 불구하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서 러시아가 당장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에 대한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무력 침공을 엄청난 후폭풍을 무릅쓰고 감행할 이유가 아직은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이 국경을 넘을 경우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이 시작되는 것은 물론 지금과는 수준이 다른 서방의 강력한 추가 제재가 뒤따를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군의 이동 배치가 당장 무력 침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우크라이나의 향후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러시아의 유력 정치·군사문제 전문가 블라디미르 예브세예프 '사회정치연구센터' 소장은 2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군 이동 배치는 우크라이나 집권 세력 간 갈등으로 현지에서 내전과 같은 혼란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가 먼저 군사력을 동원하는 일은 없겠지만, 우크라이나 내 극우민족주의 세력과 현재 정권을 장악한 세력 간 갈등이 악화해 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내전이 시작되면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으로 군대를 들여보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선 최근 극우민족주의 정치 조직인 '프라비 섹토르'(우파진영)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인 알렉산드르 무지치코가 우크라이나 보안당국에 피살한 사건 뒤 중앙정부와 극우민족주의 세력 간 긴장이 고조됐다.

우파진영은 무기를 반납하라는 정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무지치코 살해에 책임이 있는 내무장관 등의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5월 25일로 예정된 조기대선을 앞두고 두 진영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정국이 다시 혼란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혼란이 확산하면서 극우민족주의 세력의 동부 지역에 대한 공세가 거세지면 러시아가 이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군사 개입에 나설 공산이 크다.

동시에 러시아군의 접경 지역 배치가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대한 심리적 압박용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크림 병합이 이미 기정사실로 굳어진 상황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서방은 조만간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반적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측 간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이 협상에서 러시아의 군사력 과시는 상대방을 압박하는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군대를 등에 업고 협상을 벌이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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