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르타스 통신 등 외신은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극우세력 2천여 명이 수도 키예프의 최고 라다(의회) 건물을 에워싸고 알렉산드르 무지치코 피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밤새 이어진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무지치코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물어 아르센 아바코프 현 과도정부 내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는 의회 창문을 부수는 등 과격행동을 보였으나,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지치코는 우크라이나 극우민족주의 단체 '프라비 섹토르'(우파진영)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현지 수사 당국으로부터 추적을 받던 인물이다.
지난 25일 새벽 무지치코는 우크라 서북부 도시 로브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두 손이 등 뒤로 돌려져 수갑이 채워져 있었으며 가슴에 2발, 다리에 3발의 총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당시 성명에서 무지치코가 경찰의 체포 작전 과정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무지치코는 앞서 로브노에서 열린 주(州)의회 회의에 참석해 기관총으로 의원들을 위협하고 로브노 검찰청을 찾아가 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검사들을 폭행한 혐의로 지명수배됐다.
반면 극우세력의 이번 항의시위에 대해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 집권 정당인 '바티키프쉬나'(조국당)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의회는 28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우파진영의 활동금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식에 따르면 긴급회의에는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 대행과 안드리 파루비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위원장 등 각료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문제는 우파진영이 야누코비치 정권 축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탓에 당국의 강경 대응은 자칫 현 과도정부의 중심세력인 야권의 와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우파진영은 야누코비치의 실각을 끌어낸 지난 반정부 시위에서 진압부대와의 무력 대결을 주도한 세력이다.
더불어 우파진영의 총수인 드미트리 야로쉬가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바 있어 정국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