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시리아 군사개입' 안보회의 도청 파문

터키가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하려는 방안을 논의하는 안보회의 장면이 담긴 도청 파일이 폭로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유튜브에 27일(현지시간) 공개된 도청 파일에는 터키 외무부와 정보기관, 군부 고위 인사들이 시리아에 개입할 명분으로 자작극을 벌이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외무장관실에서 열린 이 회의에는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외무장관과 하칸 피단 국가정보국(MIT) 국장, 야사르 귤레르 터키군 총사령부 부사령관, 페리둔 시니르리올루 외무차관 등이 참석했다.

이 영상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들은 시리아 알레포에 있는 터키 영토인 '슐레이만 샤 묘지'가 공격받으면 터키가 개입할 명분이 있다며 자작극을 벌이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피단 국장은 시리아에 4명을 보내서 미사일 8발을 공터에 쏘도록 하면 문제없이 시리아에 군사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다며 이 방안은 정치적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부토울루 장관은 탱크를 배치하자는 제안을 내놨으나 피단 국장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또 터키가 시리아의 여러 반군 그룹에 지금까지 2천 트레일러 분량의 무기를 공급했으며 카타르도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터키 언론들은 지난 1월 MIT 소속 화물차가 시리아에 무기를 반입하려다 사법 당국에 적발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외무부는 유출 즉시 성명을 내고 이 회의는 터키 영토를 수호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며 녹음파일이 일부가 조작됐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사실과 다른 부분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야당은 최근 '비리 스캔들'로 타격을 받은 집권당이 시리아발 긴장을 조성해 지방선거에 활용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화인민당(CHP)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지난 20일 터키군 총사령관에게 슐레이만 샤 묘지를 지키려고 군사 개입을 하는 모험을 벌이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는 시리아 정부군이나 반군 모두 그 묘지를 공격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선동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터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시리아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난 21일에는 터키와 접경한 시리아 북부 카삽에서 반군이 총공세에 나서면서 격전이 시작됐으며 결국 반군이 이 지역을 장악했다.

시리아 국영 사나(SANA)통신은 당시 터키군 탱크와 포가 시리아를 공격해 무장 테러리스트들이 터키에서 시리아로 넘어가는 것을 엄호했다고 보도했다.

23일에는 터키 공군이 시리아 국경 지대에서 시리아 전투기 1대를 격추했다. 터키는 영공을 침범했다고 밝혔지만 시리아는 "전례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격추 직후 지방선거 유세 현장에서 "우리 군의 F-16 전투기가 출격해 터키 영공을 침범한 시리아 전투기를 명중시켰다"고 말했다.

이날 국가 기밀이 유출된 것과 관련해 공화인민당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현 정권이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줬다"며 "국가와 국민을 신경 쓰지 않고 시리아에 개입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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