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페이스북마저 폐쇄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어 터키가 북한에 버금가는 인터넷 통제국으로 전락하는 양상이다.
이런 소셜미디어 봉쇄 정책은 오는 30일 치르는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달부터 터키에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를 비롯해 총리의 가족과 측근 등의 비리를 폭로하는 감청자료가 거의 매일 유튜브에 공개됐으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이에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20일 "국제 사회가 뭐라고 말하든지 신경 쓰지 않겠다"며 "우리는 트위터를 뿌리 뽑을 것"이라고 공언했고 통신청은 수 시간 뒤에 트위터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
이미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6일 민영방송과 생방송 인터뷰에서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접속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은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강행처리해 야당은 물론 유럽연합(EU)과 국제언론단체 등으로부터 정부의 검열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6일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통신청에 사법절차가 없어도 콘텐츠의 유해성을 판단해 웹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최근 총리 등의 전화 감청 파일을 공개한 익명의 폭로자는 비리사건 수사 과정에서 감청된 것이라며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폭로자의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하람자델레르'와 '바시찰란'이란 가명의 유튜브와 트위터 계정을 사용했다. 하람자델레르는 '죄인들' 또는 '도둑들의 아들들'이란 의미다. 또 바시찰란은 '도둑 두목'이란 뜻으로 '바시바칸'(총리)을 풍자한 것이다.
이들은 연일 총리와 측근의 전화를 감청한 음성자료를 녹취록과 함께 유튜브에 올려 집권당을 궁지로 몰았다.
그러나 정부가 유튜브 차단의 근거로 삼은 외무장관 주재 안보회의를 녹음한 이번 음성파일은 종전과 달리 불법적으로 도청한 것으로 추정됐다.
터키 일간지 휴리예트는 이번 파일은 외무장관의 사무실에서 열린 회의를 도청했기 때문에 수백m 밖에서도 감청할 수 있는 고도의 장비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트위터에 이어 유튜브도 차단하자 터키 시민들은 정부의 조치를 맹비난했으며 이날 폭로된 도청 영상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했다.
이에 따라 에르도안 총리가 차단 가능성을 경고한 3개 매체 가운데 아직 금지되지 않은 페이스북도 조만간 접속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터키 방송사 스타TV는 이날 통신청 관계자를 인용해 페이스북 접속도 차단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로이터통신은 정부 관계자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다른 소셜미디어에 대해서도 조치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1천200만명 수준인 터키 트위터 사용자들은 차단 1주일 동안 도메인네임시스템(DNS) 변경 등의 방법으로 우회 접속하고 있다.
터키 행정법원은 전날 웹사이트 전체의 접속을 금지한 조치는 표현과 통신의 자유를 제한한 것으로 헌법과 유럽인권조약에 위배된다며 트위터 차단을 해제하라고 결정했으나 통신청은 이행까지 30일 여유가 있다며 아직 접속을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