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과거사해결 우선" VS "이제는 한국이 배려할때"

도쿄서 민주평통 주최 한일관계 토론회…논의 '다람쥐 쳇바퀴'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이 먼저 성의를 보여야 한다", "이제는 한국이 일본을 배려할 때다"

27일 도쿄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주최 한일평화포럼의 한 순서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주제로 한 토론이 있었지만 논의는 좀처럼 '미래'로 나아가지 못했다.

김상준 연세대 교수는 "일본의 우경화는 1980년대 경제적으로 가장 잘 나갈 때부터 '우리가 주변국들을 도와줬고, 과거에 무엇을 잘못했느냐'라고 생각하는 정치 리더들을 선두로 해서 진행돼왔다"고 진단한 뒤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일본이 선제적으로 우경화의 '수'를 두면 한국이 두번째 '수'를 두게 되고 그렇게 되면 양국관계는 신뢰가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국에게 과거사 문제는 자존심의 문제이고, 이걸 건드리면 설사 경제적으로 손해가 있더라도 한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된다"며 "반대로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면 중국, 북한 문제에서 한일간 협력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또 조선일보 강효상 편집국장은 "독일은 역사문제를 잘 정리해서 유럽연합의 리더로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일본이 아시아의 리더냐고 할 때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대국인 일본이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의 마음조차 얻지 못하면 아시아의 리더,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말하는 '강한 일본'으로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시즈오카 현립대의 이즈미 하지메 교수는 "과거에 비해 강해진 한국이 과거사 문제에서 그간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지금 해결하려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것을 해결할 상대인 일본은 지금 힘이 약해졌다"고 밝힌 뒤 "약해진 상대에게 강하게 나가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며 "과거 일본이 컸던 시절 한국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지금은 한국이 일본을 배려할 때"라고 말했다.


또 스즈키 게이스케 중의원(자민당)은 군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 과거사문제에 대해 "법적인 문제와 심정적인 문제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법적 문제로 말하자면 한일조약의 틀 안에서 해결됐다는 것이 일본 국내에서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과 한국이 가장 주목해야하는 점은 무엇보다도 중국의 부상"이라며 "한일이 자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서로 싸울 것이 아니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고, 중국의 군비확장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양측 간에 입장차가 컸지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제언들도 나왔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준교수는 한일 정상 간 관계악화가 양국민들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고 지적한 뒤 "한반도 통일 등을 생각할 때 박근혜 정권이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자연스럽고 일본이 이해할 필요가 있지만 한중관계와 한일관계를 함께 중시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코다 데쓰야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은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아주 중요한 파트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냉철히 상대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적했다.

또 이즈미 교수는 "향후 4년 정도는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할 수도 있다"며 한일정상회담 개최에 연연하기보다는 "다자회의를 계기로 한 한미일 3자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담 등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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