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때문에…" 도서관 죽돌이, 알고보니 대학 전문털이범

진주지역 대학 3곳서 1억5천만원 어치 털어...주식투자 등에 탕진

사물함 내에서 훔친 물품 등 사진 촬영해 관리한 화면. 경남경찰청 제공
지난해 경남 진주의 모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모(29) 씨는 3년 전부터 다니던 대학교에서 남의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다.

정 씨의 절도는 취업에 대한 압박감과 시험 스트레스 때문에 시작됐지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을 정씨는 떨치지 못했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전공서적이나 전자사전 등 작은 물건들을 위주로 슬쩍 했지만, 수법도 점점 대담해져 갔다.

감시의 눈길이 적은 야간에 학교를 돌며 강의실 사물함 등에 보관중인 물건들을 싹쓸이 해갔다.

강의 시간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가면 사물함을 열고 전공서적과 노트북, 전자수첩, 카메라, MP3, 신발, 옷 등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물건을 훔쳐갔다.

고가의 자전거도 정 씨의 표적이 됐다. 정씨는 범행 전에 절취할 자전거를 물색한 뒤, 야간에 시정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자전거를 자신의 것처럼 자연스럽게 타고 가는 수법을 사용했다.

훔친 자전거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자신의 집 베란다에 정비대까지 차려놓고 훔친 자전거의 부품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기도 했다.

훔친 자전거는 인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나 층간 중간계단에 숨겨뒀다. 자전거는 부피도 있고 입주자가 서로 위층, 아래층 자전거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다.


훔친 물건은 일시장소, 은닉장소, 물품사진을 촬영한 다음,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자신만 알아 볼 수 있도록 표시해 파일로 저장 관리했다.

훔친 자전거의 아파트 라인 동호수별 은닉장소 관리화면 경남경찰청 제공

이렇게 훔친 물건들은 인터넷 중고물품사이트에 판매했다. 이렇게 정 씨는 무려 1억5천만원 어치의 훔친 물건을 온라인 중고 장터 등에 팔아 1억3천만원을 챙겼다.

이같은 정 씨의 절도 행각은 대학 재학 중에 시작돼 결국 졸업 이후에도 이어졌고, 다른 학교에도 원정 절도까지 나갔다.

정 씨는 평소엔 학교에서 공무원 시험과 펀드투자 상담사·증권투자 상담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해 오는 척했기 때문에 부모와 대학 선후배, 여자친구 등 주위 사람들도 정 씨의 정체를 눈치 채지 못했다.

절도 신고를 받은 경찰은 대학교 홈페이지 분실센터 게시판의 모든 게시물 등을 분석해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포털 사이트 온라인 중고 장터의 매물 내역 등을 조회한 결과, 온갖 종류의 물품을 판매하고 있는 정 씨를 찾아냈다.

그런 뒤, 물건을 사겠다고 가장해 약속 장소에 나온 정 씨를 검거했다.

경찰의 조사에서 9가지 물건을 판매하지 않았다며 버티던 정 씨는 훔친 물건들의 훔친 일시와 장소, 품목별 사진, 보관장소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파일이 든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나오면서 3년 동안의 범행을 자백했다.

파일 속에 나온 스마트폰은 무려 9천342개, 노트북은 1천383개였고, 너무 꼼꼼하게 기록돼 있어 구속영장 신청을 위한 범죄 일람표를 따로 작성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는 게 경찰의 반응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정 씨는 훔친 물건을 판매한 돈을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 비용과 선물 비용 등으로 쓰거나, 주식투자로 모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정 씨를 구속하고, 정씨가 보관 중인 고급 자전거 23대, 전공서적 100권, 노트북 2대, 전자수첩 6대, 카메라 1대, 신분증 21점, 가방 3개 등 모두 169점을 압수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피해자에게 돌려줬고 나머지는 대학주인을 찾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가 취업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훔치기 시작했는데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며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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