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현 정치 지형을 보나 여론의 분위기를 보나 그의 당선은 '떼 놓은 당상'이라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이집트의 차기 대선은 올해 6월 이전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 군부와 국영 매체는 그간 엘시시의 대선 출마를 노골적으로 촉구해 왔다.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이슬람주의 정권 축출을 주도한 그는 대중으로부터도 숭배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집트는 지난 2011년 시민혁명을 통해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퇴진시킨 이래로 끊임없는 정정불안에 시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엘시시는 국정을 다시 안정시킬 강력한 지도자이자 '구원자'로 여겨진다.
이집트 여론조사 기관' 바시라'가 최근 실시한 가상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엘시시는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51%가 그에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엘시시를 제외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인물은 좌파 정치인인 함딘 사바히 정도가 있으나 당시 조사에서 1% 지지에 그쳤다.
최대 도전세력이자 무르시의 권력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은 이미 군부가 주도하는 과도정부의 무력 진압과 사법적 처벌 등으로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다.
이런 맥락에서 엘시시는 당선되는 데는 최적의 조건에 놓여 있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그가 시민혁명과 무르시 정권 축출을 거치면서 양 극단으로 분열된 이집트 사회를 다시 화합으로 이끌 적임자인지에는 여전히 회의론이 인다.
엘시시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 이집트는 1954년 공화국 체제 출범 이후 6번째 군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게 된다. 군부가 핵심 권력을 거머쥔 지난 60년간의 정치구도로 복귀하는 것이다.
군부의 이익을 수호할 권위주의적 지도자가 또다시 등극하게 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국 런던에 머무는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이브라힘 무니르는 AFP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엘시시의 그림자 아래서는 이집트의 안정과 안보는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집트가 경제 침체와 시나이반도 테러 세력의 발흥 등 각종 문제에 직면한 가운데 엘시시의 국정운영 능력이 거의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은 우려 대상으로 지적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정책 사안에 대한 엘시시의 관점이 대중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나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실제로 엘시시는 무르시 축출 이후 사실상의 국가 원수가 됐음에도 구체적인 정책 비전 등에 대해 거의 공개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엘시시가 국론 통합과 실업·에너지난 등 민생 현안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여론도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이로대의 하산 나파 정치학 교수는 "(엘시시에게) 화해를 위한 진정한 계획이 없다면 그는 분명히 실패할 것"이라며 "그럴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로이터 통신에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