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전체 소장펀드 상품 가운데 절반 이상이 1억원의 자금도 모집하지 못했다.
27일 한국금융투자협회와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21개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46개 소장펀드 상품에 모두 68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출시된 전체 소장펀드 가운데 61%에 해당하는 28개 상품의 설정액은 1억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동양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KDB자산운용이 출시한 소장펀드 중 일부 상품은 100만원의 자금도 모집하지 못한 상태다.
사실상 전체 소장펀드 중 절반 이상이 자투리 펀드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68억원의 자금 중 42억원은 한국밸류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 2개사로 몰렸다.
개별 상품별로 보면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펀드'(주식·C형)가 21억원의 자금을 모집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소득공제자펀드'(주식·C형)와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펀드'(채권혼합·C형)가 각각 10억원, 8억원의 설정액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밖에 KB자산운용의 'KB밸류포커스소득공제전환자펀드', 마이다스자산운용의 '마이다스거북이70소득공제장기자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트러스톤제갈공명소득공제자펀드'로도 자금이 들어왔지만 설정액 규모는 아직 2억∼5억원 수준에 그친다.
최근 롱숏펀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 시장에서 장기적 성과가 검증되지 않은 탓에 '신한BNPP코리아롱숏소득공제장기전환자펀드'와 '대신멀티롱숏소득공제자펀드'로도 큰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소장펀드 관련 규제와 가입 요건이 서로 맞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소장펀드는 연말 정산 때 납입액의 40%(최대 240만원)를 공제해주는 상품인데 최소 5년 이상 가입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입 대상은 연간 총급여액이 5천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로 한정되며, 연간 납입한도인 600만원 이내에서 여러 회사의 소장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문제는 소장펀드 가입이 가능한 소득대의 투자자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여윳돈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변동성이 큰 주식형 펀드에 여유자금을 5년 이상 묶어놔야 한다는 부담감도 투자자들로 하여금 쉽사리 주머니를 열지 못하게 하고 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장펀드 가입 대상자를 5천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로 한정하려면 펀드 보유기간이라도 5년보다 짧게 잡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장펀드가 '뒷심'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채승훈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지원부 차장은 "매년 10∼11월에 많은 사람들이 소득공제를 목적으로 재테크 상품을 찾는데 (초반 판매상황은 부진하더라도) 이 시즌에 소장펀드의 가입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한편 베어링, 슈로더, 알리안츠GI자산운용 등 외국계 운용사 상당수의 소장펀드 상품 출시가 애초 계획과 달리 계속 지연되고 있다.
외국계 운용사는 국내 운용사보다 상품 출시를 위한 내부 절차가 복잡하고 국내 주식에 40% 이상을 투자하는 대표 펀드가 많지 않아 소장펀드 상품 출시가 늦어지는 상황이다.
소장펀드 상품 출시 계획이 없는 한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외국계 운용사는 소장펀드를 출시하더라도 판매사를 구하기 어렵고 소장펀드로 큰 수익을 얻거나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참가 유인이 적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