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극중 현재인 1961년을 배경으로 소설 '메리 포핀스'의 원작자 트래버스 부인(엠마 톰슨)과, 메리 포핀스를 극영화로 만들려는 월트 디즈니(톰 행크스)의 만남을 다룬 것이 그것이다.
나머지는 감수성 예민한 어린 트래버스(애니 버클리)와 그러한 딸을 무척이나 아끼는 아버지 트래버스 고프(콜린 파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다.
각각의 이야기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딸들이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명작 메리 포핀스를 영화화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트래버스 부인을 20년 동안 쫓아다닌 월트 디즈니는, 그녀를 미국 월트 디즈니사로 초대한다.
영화화 논의를 벌이는 동안 어릴 적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자꾸만 떠올라 힘들어하던 트래버스 부인은 뮤지컬 영화로 만들겠다는 제작진과도 사사건건 마찰을 빚는다. 이에 월트 디즈니는 트래버스 부인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특별한 계획을 준비한다.
어린 시절 호주에서 살 당시 트래버스에게 아버지 트래버스 고프는 우상이었다. 지역 은행의 은행장이면서 남다른 시적 감각과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던 아버지는 어린 트래버스에게 매번 놀라운 영감을 선사해 왔다.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는 소설 메리 포핀스가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간다. 특히 그 안에서 소설이 작가의 유년 시절과 가족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공을 들인다.
트래버스 부인이 자신의 실제 아버지와 소설 속 유모 메리 포핀스가 돌보는 가족의 가장인 뱅크스 씨를 동일시함으로써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어린 트래버스의 이야기가 비극으로 치닫는 반면, 현재의 트래버스 부인의 스토리는 그 아픔이 치유되는 과정을 그렸다는 데 있다.
어린 시절 이야기는 마치 동화를 보는 듯한 풍경 안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이와 달리 현재의 이야기는 1960년대 미국 도시를 오롯이 복원한 사실적인 풍경 안에서 다소 낭만적이고 판타지적인 이야깃거리들이 나열된다.
이렇듯 상반된 두 이야기는 상영 시간 내내 교차하면서 서로를 보완하는 방식을 통해 한 줄기로 엮인다. 이는 트래버스 부인의 성격 등을 설명하는 데 남다른 설득력을 지님으로써 이야기의 개연성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트래버스 부인이 다소 어둡게 표현된 영국 런던 자택에서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로 그려지는 미국 LA 디즈니사로 옮겨가는 공간적 변화도 이러한 점을 강화하는 요소가 된다.
월트 디즈니사에서 제작한 이 영화는 자사 창업주를 다루는 데 남다른 공을 들이다보니, 내내 생동감 있게 끌고가던 등장인물마저 결국 자사와 창업주를 빛내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불편함까지 감내하는 모습이다.
엠마 톰슨과 톰 행크스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침해당한 트래버스 부인의 불편한 의중을 엠마 톰슨은 이마의 주름과 입술 모양만으로 표현하는 마법을 부린다.
톰 행크스 역시 모습을 나타내기 전에 내는 기침 소리 하나로 그 존재감을 과시하는데, 두 배우가 맞닥뜨리는 시퀀스는 연기 대결을 펼친다기보다, 서로의 연기력을 끌어올리는 동반상승효과를 낸다는 느낌이 강하다.
12세 관람가, 125분 상영, 4월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