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기는 비행 중 자동으로 한 시간에 한 번 위성에 짤막한 신호(ping)를 보내는데 마지막 신호 송신이 완료된 지 8분 뒤에 기체가 또 불완전한 신호를 쏜 것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종기의 위성신호를 분석해 비행경로를 복원한 영국 업체 인마셋(Inmarsat)이 이 불완전 신호를 분석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이는 비행기가 인도양을 날다 추락했다는 기존 결론을 뒤집지 못하지만 사고 직전 기내 상황 추정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인마셋은 불완전 신호가 기체가 인공위성과의 접속이 실패했거나 기내 시스템이 일부 리셋(초기화)을 시도한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정황을 조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실종기 추락 추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색이 이날 재개됐다.
인도양 실종기 수색을 이끄는 호주해상안전청(AMA)은 악천후로 하루 중단됐던 수색을 이날 재개한다고 밝혔다. 미국, 중국,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파견한 항공기 12대와 선박 2척이 실종기 잔해 수색에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인마샛 분석을 통해 좁혀진 추락 추정 지역은 인도양 남부 160만㎢이지만, 이 역시 미국 알래스카만큼 넓다. 바다의 깊이는 3천∼4천m에 이르고, 이 일대는 파고가 높고 조류가 복잡한 곳이어서 수색에 난관이 예상된다.
특히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데 필수적인 블랙박스의 위치 발신기 배터리 수명이 2주밖에 남지 않아 앞으로의 수색은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랙박스는 기체가 추락하면 자동으로 위치 신호를 발신하도록 설계되는데 발신기 배터리 수명은 일반적으로 30일에 불과하다.
비행기가 실종된 지 2주가 넘었기 때문에 남은 2주 가량의 시간 동안 블랙박스가 보내는 위치 신호를 탐지해 건져내지 못하면 이후 신호가 끊긴 블랙박스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일단 추락 추정 지역을 지금보다 훨씬 좁혀야 해저 수색을 시작할 수 있다.
미국 국방부가 최고 6천m 깊이에 가라앉은 블랙박스를 추적할 수 있는 첨단 탐사장치 '토우드 핑어 로케이터'를 수색 지역에 보냈지만, 수색 범위가 확실히 좁혀져야만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마크 빈스킨 호주 국방부 부장관은 "우리는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건초더미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2009년 대서양에 추락한 에어프랑스 447기의 경우, 비행기 실종 몇 주만에 추락 추정 지역을 반경 75㎞로 좁혔는데도 블랙박스의 위치 발신기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에 블랙박스를 찾는 데 실패했다. 결국, 4천m 해저에 가라앉은 블랙박스를 발견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수색대는 우선 해상에서 떠다닐 기체 잔해를 인양한 후 조류 흐름과 바람 등을 토대로 잔해의 부유 경로를 역추적해 동체를 발견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24일 중국과 호주 항공기는 비행기 잔해로 추정되는 초록색 원형 물체 등 부유물을 잇달아 목격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한편, 중국 정부 특사인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이날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총리와 만나 실종기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