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마트에서 판매 중인 식기류와 생활용품에서 암을 유발하는 중금속이 다량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가 서울시내 대형할인마트 2곳에서 구입한 29종류의 공산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납, 카드뮴, 비소 등 치명적인 유해 중금속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었다.
우선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되는 '시트지'에서는 납 2,800ppm, 카드뮴 630ppm이 검출됐다. 어린이들의 손가락이 문틈에 끼지 않도록 고안된 '문틈커버'에서는 납 8,400ppm이 측정됐다.
도자기 재질인 김치접시 안쪽 면에서는 납 3,500ppm 카드뮴 560ppm, 비소 600ppm이 각각 나왔다. 납 함량이 3,500ppm이라는 것은 접시에 포함된 납의 무게가 전체 무게의 0.35%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한 머그컵에서는 비록 바깥쪽이기는 하지만 46,900ppm이 검출됐다.
◈ 어린이 IQ에 악영향 미치는 납 함량 심각…발암물질 카드뮴도 '듬뿍'
납(Pb)은 신경독성물질로 어린이의 IQ를 낮추고 간, 충추신경, 호흡기 및 생식독성을 일으키는 물질로 어린이 용품의 납함량 허용 기준은 300ppm이다.
카드뮴(Cd)은 암을 유발하는 신경독성 물질로 유럽연합에서는 100ppm이 초과된 제품은 사용이 금지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린이 용품의 카드뮴 허용기준은 75ppm이다. 비소(As) 역시 맹독성 1급 발암물질이다.
이번 분석은 X선 형광분석기로 진행됐으며 이들 제품 외에도 구입한 모든 공산품에서 유해 중금속이 검출됐다. A마트에서 구입한 12개 제품에서 검출된 중금속의 총량은 납 55,078ppm, 카드뮴 1,858ppm, 비소 5,504ppm 이었다.
B마트에서 구입한 17개 제품에서는 납 45,520ppm, 카드뮴 2,327ppm, 비소 3,460ppm이 각각 검출됐다.
가격별, 제조국별 차이는 미미했다. 한마디로 장바구니 속 생활용품이 중금속으로 범벅돼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 중금속으로 덧칠해진 공산품은 어떻게 해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을까?
◈ "중금속 얼마나 우러나는지 실험 마쳐" VS "한차례 용출실험으론 부족"
결론부터 말하자면 관계 당국이 정한 기준을 충족하거나 일부 제품의 경우 아예 관련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식기류의 경우는 용출실험(정해진 시간에 중금속이 얼마나 우러나는 지를 측정하는 실험)을 한 결과 용출량이 정해진 값 이하로만 나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어도 용출만 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품에서 중금속이 용출되서 실제 체내로 섭취하게 될지 안 될지가 중요하다"며 "용출 규격에 적합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품의 성분을 분석한 노동환경보건연구소의 생각은 달랐다.
최인자 연구원은 "용출기준으로 보면 안전하기는 하지만 매일 사용하는 그릇에 이렇게 많은 중금속이 있으면 중금속이 나올 가능성은 있는 것"이라며 "특히 한번 용출실험해서 얻은 값으로 제품의 안전을 담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식기류의 경우는 용출량이라는 기준이라도 있지만 생활용품은 그 마저도 없다.
어린이 용품만 중금속 함량 기준이 있을 뿐 생활용품의 경우는 아직 함량 기준 조차 정해지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생활용품에 범벅된 유해 중금속을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파동은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