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사진=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사무실 제공)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후보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이번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야한 유머와 풍자, 어른들을 위한 19금 예능을 표방해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에 김 전 총리가 출연한다는 것이 조금 의아했다. 김 전 총리 측에 확인해보니 "다른 실무 파트에서 건의가 들어온 것인데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딱딱한 관료 이미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후보란 '단점'을 의식한 것일까. 김 전 총리의 여의도 행보는 계속해서 '파격의 파격'을 선보이고 있다. 햄버거 번개 미팅을 하며 '먹방'이란 수식어를 달더니, 지난 선거사무실 개소식에는 아이돌 그룹 크레용팝의 노래에 맞춰 '점핑 댄스'까지 췄다. 김 전 총리의 예능 출연은 이미지 변신, 지지율 제고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추측된다.
김 전 총리가 여의도에 처음 와서 부각 될 뿐이지, 정치인들의 이미지 정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김 전 총리의 맞수, 정몽준 의원도 서울 시장에 나선 뒤 부쩍 '서민 이미지'에 신경쓰는 모습이다. 청바지를 입고 안전봉을 든 채 출근길 교통정리에 나서기도 하고 노숙인 급식소를 찾아 모자와 앞치마를 두르고 배식 봉사를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운데), 이혜훈 의원(왼), 정몽준 의원(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김황식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다가오는 선거의 승리를 다짐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하지만 너무 서민 이미지를 의식해서인지, 어색한 면도 많이 노출됐다. 배식봉사를 할 때 음식을 골고루 담아야 하는데 밥만 식판 위에 올려 놓아 구설수에 올랐다. 정 의원 측은 "노숙자가 밥을 많이 달라고 했다"는 현장 사진을 찍은 사진기자의 말을 빌어 해명했지만, SNS 상에서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정치인이 표를 얻기 위해 이미지에 신경을 쓰는 것은 어찌 보면 정치권에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지에 신경쓰다 보니 정작 정말 신경써야 할 공약에 힘이 빠진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서울시장 후보들 중 제대로 된 공약을 내놓은 후보는 손에 꼽힌다. 김황식 전 총리는 지난 주 일요일 처음 첫 공약을 대중에 공개했고, 정몽준 의원은 31일 정책 공약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후보들의 공약이 실현 가능성, 구체성, 개혁성 측면에서 모두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러다보니 후보자들끼리 공약 경쟁이 아닌 이미지 전쟁, 심지어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 사무총장은 "친이, 친박, 누구랑 친하니까 찍어달라. 친근한 이미지니까 표를 달라고 하는 것만큼 창피한 일이 없다. 이미지를 봐달라, 누구랑 친하니까 뽑아달라고 하는 것은 어린아이나 하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운데)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김황식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김 전 총리의 지지율 상승을 응원, 여성 그룹 가수 크레용팝 노래 '빠빠빠'에 맞춰 점핑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는 두 선배 정치인에게 20대가 하고 있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이 전 비대위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햄버거라는 걸 갑자기 드신다고 원래 이미지가 쉽게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을 소위 '쇼'라고 하는데 이런 것보다는 김황식 전 총리께선 안 거쳐본 분야가 없기 때문에 정책이나 이런 부분을 강조해보는 게 어떨까 한다"고 했다.
정 의원에겐 "보수에서 항상 욕하는 게 박원순 시장께서 지난 선거 때 낡은 구두 신고 나왔다는 것이다. 서민 코스프레가 아니냐고 비판을 하는 것인데 정 의원께서도 10년 된 낡은 점퍼를 입고 있다. 정 의원은 인지도가 96%이기 때문에 새로운 이미지 형성 보다는 정책 승부를 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민들에게 표를 얻어야 하는 후보들의 마음은 알겠지만 과도한 이미지 작업은 오히려 역효과를 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보다 진정성 있는 '공약'으로 승부를 보려는 아름다운 경선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