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가 공단이 담배 소송에 들어가기 앞서 관계기관과의 충분한 협의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애초 26일 담배 소송의 규모(소송액)를 확정하고 소송을 맡을 외부 대리인(변호사)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늦어도 4월 중에는 담배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담배 소송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정부부처가 관계기관과 소송규모와 승소가능성 등 구체적 내용을 충분하게 공유하고 나서 그 뒤에 소송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공단은 26일 담배소송 규모를 확정하고 변호사 모집공고를 내려던 계획을 갑자기 취소했다.
복지부는 건보공단을 관리감독하는 주무관청으로서 중요 행정 사항을 지시, 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다.
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번번이 건보공단의 담배 소송에 제동을 걸어왔다.
건보공단이 지난 1월 24일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를 열어 담배 소송에 나설 계획을 확정하기로 했을 때에도 담배 소송 안건을 정식 의결안건이 아닌 구도 보고안건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하며 사실상 반대했다.
지난 24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도 건보공단이 소송규모와 소송대상을 결정하려고 했지만, 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이날도 "담배 소송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담배의 결함과 담배회사의 위법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을 내보였다.
건보공단의 소송 규모는 흡연으로 말미암은 피해환자의 범위에 따라 최소 537억원에서 최대 2천302억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2001~2010년 중에 폐암, 후두암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 흡연기간이 30년 이상이라고 1회 이상 응답한 1만3천748명을 모두 포함하면 2천302억원, 대상자 중 한국인 암예방연구(KCPS) 코호트 자료에 포함되고 흡연기간이 30년 이상인 환자 3천484명만을 넣으면 537억원이 된다.
소송 대상이 되는 담배회사는 매출액이나 분담금 등을 고려해 내외부 변호인단과 추후 협의해 확정할 예정이다.
주무 감독부처인 복지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따라 건보공단의 담배소송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져 공단의 향후 대응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