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정상회담 겨냥?" 美 안보리 대응 나설까

외교가 "무력시위" 관측…안보리 회부 '실익' 미지수

북한이 26일 새벽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두발을 발사하자 미국이 다소 당혹스런 표정 속에서 대응수위를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거리 300㎞ 이하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거의 '묵과'해왔지만 사거리 500㎞ 이상의, 그것도 탄도기술을 이용한 이번 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위반이어서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에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미사일은 4년8개월 만에 발사된 것인데다 발사시점도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그 의도가 예사롭지 않다는게 미국 정부 내부의 기류다.

미국 국방부는 25일(현지시간) 한국언론의 관련 보도가 나오자 이번 미사일 발사를 '도발행위'로 규정한 뒤 북한의 자제를 촉구했다.

국방부는 "북한은 긴장을 조장하는 도발행위를 자제하고 국제사회의 의무와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공식적 입장을 대변하는 국무부는 아직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의 강도와 수위를 놓고 내부 조율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이번 노동미사일 발사가 한·미·일 정상회담을 겨냥한 일종의 '무력시위'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미·일 3국 정상이 북한 핵문제를 최대의제로 다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북한이 회담개최 시점을 노려 도발행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현재로서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겨냥해 '우리를 얕잡아 보지 말라'는 시위용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9년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노동미사일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7발을 발사한 바 있다.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는 미국은 이번 미사일 발사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무대로 끌고 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일단 사실 관계를 파악한 후에 한·미 양국이 안보리 대응을 비롯한 여러 가지 대응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과 미국은 지난달 27일과 지난 3일 북한이 잇따라 사거리 200∼500㎞ 안팎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서를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 이번에는 사거리가 종전보다 긴 6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안보리 대응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과연 안보리 회부가 어느 정도 '실익'이 있는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안보리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추가적 제재를 이끌어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대북제재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얘기다.

그러나 한·미 양국으로서는 북한에 대한 추가도발을 억지하고 앞으로 대형도발이 있을 경우 즉각적인 안보리 제재에 나서기 위한 기반 다지기 차원에서 안보리 대응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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