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대로 가면 수도권 모두 '참패'

합당후 외려 '與↑ 野↓'…정당공천 폐지도 '큰몫'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지난 2월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관철과 간첩조작사건 규탄대회 및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촉구 결의대회를 가지며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의사에서 철수, CEO에서 철수, 교수에서 철수, 서울시장 후보에서 철수, 대통령 선거에서 철수, 신당 창당에서 철수, 새정치에서 철수, 과연 정치에서는 '안' 철수할까요?".

요즘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유머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위원장의 이름에 '철수'(撤收)를 덧대 현 상황을 풍자한 얘기다.

안 위원장은 지금 인생 최대의 기회이자, 동시에 최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6.4지방선거에서 이긴다면 야권의 대선 후보로 우뚝 서겠지만, 만약 진다면? 정치에서 손을 떼야, 철수해야 할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안철수 위원장이 ‘안’ 철수하느냐, 철수하느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자칫 정치권을 떠날 지경에 처할 운명을 맞을 거라는 조심스런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새로 뭉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적 장래, 가까이는 지방선거의 결과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선거 판세를 잘 읽는다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러다가 다 지는 것 아니야, 돌아가는 추세를 보면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기초선거 공천 폐지로 구청장과 시장에 군수 선거는 말할 것도 없고, 서울시장을 비롯한 광역단체장 선거도 어려운 국면으로 가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돌파할 방법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호소할 정도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의 대답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은 저력이 있는 당이니 그렇게야 망하겠느냐만, 돌아가는 낌새를 볼 때 우리(여당)가 이길 것 같다”는 것.

물론 새누리당 지도부는 일체의 낙관론을 경계하면서 "수도권에서 박빙의 싸움을 할 것이며 충청과 강원도에선 여당 후보가 불리하다"는 주장을 편다.

그렇지만 여의도연구원을 중심으로 선거 판세를 분석·전망하는 중간 당직자들 사이에선 크게 이길 거라는 낙관적 기류가 감지된다.

십여 년 동안 여당에서 여론조사 분석과 대책을 세워온 한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 인천 선거에서 이기지 않겠나 판단한다”고 나름의 전망을 내놨다.


“여론조사상으로도 그렇고, 여권 표의 결집력, 유권자의 보수화, 고령층의 적극 투표, 우호적인 보수 언론에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의 고공행진과 새누리당의 견고한 지지도를 볼 때 새누리당이 진다면 그거야말로 이변"이란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이런 추세와 분위기로 선거전이 진행된다면 새누리당이 아주 유리하게 될 것이란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민컨설팅 윤희웅 여론조사분석센터장은 "지방선거에서는 정당 지지율이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50%에 육박하는 새누리당 지지율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음을 볼 때 초강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이번엔 2010년 지방선거와 달리, 박근혜 정권 심판론이 활활 타오르지도 않고 있다"며 "야당의 하부구조가 너무 취약한 데다 통합 신당의 시너지 효과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아주 쉽지 않은 선거를 맞고 있다”는 얘기다.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는 한층 더 혹독한 전망을 내놨다. "신당이 통합되면 이른바 '컨벤션 효과'의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게 마련이지만, 이번엔 오히려 새누리당이 박진감 넘치는 경선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

김 대표는 "정당공천이 폐지됨으로써 안정세를 보였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인천시장도 백척간두의 위기에 내몰렸다”며 "새누리당 지지율이 40%대 중반을 넘어 견고하고 야권 통합의 부작용만 노정되다 보니 수도권 선거 결과는 참사 수준이 아닐까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야권 통합에서 일정 역할을 하고 있는 전직 여론조사 관계자도 “수도권 선거가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전멸 분위기가 아닌가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를 반증하듯 서울·인천·경기 지역에서의 새누리당 지지율은 50% 안팎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은 곧 판세 변화로도 이어진다.

CBS가 여론조사전문업체인 포커스컴퍼니에 의뢰해 지난 24∼25일 만 19살 이상 수도권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새누리당 후보들이 야권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을 모두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선 정몽준 의원이 박원순 시장을, 경기에선 남경필 의원이 김진표 의원을, 인천에선 유정복 의원이 송영길 현 시장을 따돌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당지지도에서는 새누리당이 41.0%, 새정치민주연합이 23.3%였다.

코리아리서치가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각 광역단체에서 7백여 명씩을 대상으로 여야 후보간의 일대일 대결을 가정해 조사해봤다.

결과는 이렇다. 여당의 정몽준 후보와 야당의 박원순 후보는 1%p 안팎의 초접전, 경기도에선 여당의 남경필 후보가 야당 후보 누구와 승부를 벌여도 20%p 이상으로 이겼다.

오차 범위가 ±4%p 수준이라지만, 현재의 선거 판세는 '與 상승세, 野 하락세'로 요약된다 할 수 있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민주당의 기존 지지율이던 20%대 중반으로 도로 수렴되고 있다.

민주당이 반전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면 전세를 역전시키기란 여간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도부 구성, 경선 규정과 기초선거 공천폐지 문제를 놓고도 논란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서울시장 선거만 해도 새누리당은 정몽준, 김황식, 이혜훈 예비 후보의 3자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치열한 경선전을 통해 탄생한 단일 후보에 컨벤션 효과까지 더해질 경우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을 넘어서지 말란 법이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지금 창당에 따른 포만감을 만끽할 겨를이 없다.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방안으로 선거 국면을 전환시키지 못한다면 '참패'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그들을 집어삼킬 것이다.

그리 되면 야권 내부는 책임론과 함께 대혼란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곧바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는 상황도 도래할 수 있다.

째깍 째깍. 지금도 시계 초침은 '안 철수냐, 철수냐'를 외치며 새정치민주연합을 옥죄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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