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주변 호텔 허용…경복궁 옆 KAL호텔 현실화

대한항공 "법 개정 절차와 여론 추이 살피며 사업 속도 조절"

가라오케 등 청소년 유해시설만 없다면 학교주변에도 고급 관광호텔을 세울 수 있도록 정부가 입장을 정함에 따라 대한항공의 숙원 사업인 서울 경복궁 옆 고급 호텔 건립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정부는 25일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의 개선안을 마련, 26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상정키로 했다. 이 가운데에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관광호텔 설립지원을 위해 학교정화위원회 훈령을 내달 안으로 제정해 절차를 개선하고 지자체와 지역교육청과 협의해 설립허가를 내주기로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염원인 종로구 송현동 일대 호텔 건립 사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부쩍 높아졌다.

대한항공은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인 송현동 일대 3만7천여㎡를 2008년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2천900억원에 매입해 지속적으로 7성급 호텔 신축을 추진해왔으나 학교반경 200m 이내에는 관광호텔을 신·증축할 수 없다는 현행법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송현동 호텔 건립 예정지는 풍문여고, 덕성여중·고와 인접해 있다.

대한항공은 2010년 3월 종로구에 특급호텔을 포함해 다목적 공연장, 갤러리 등을 망라한 복합문화공간 조성 계획을 신청했으나 중부교육청은 근처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며 불허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종로구청장 면담 후 중부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지만 2년여의 소송 끝에 결국 패소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랫동안 발목을 잡아온 규제가 풀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단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과거 일산 신도시에서 학교 주변 러브호텔 난립으로 생긴 규정 때문에 학교 근처에 고급 호텔도 못 짓게 하는 건 지나치게 기계적인 규제 적용이라며 규제 철폐를 희망해왔다.

규제 빗장이 풀린다고 해도 대한항공이 당장 호텔 건립 사업에 착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존재한다. 서울시의 반대, 학부모 단체의 반발 등 향후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규제에 막혀 대한항공이 호텔 사업을 진척시키지 못했는데 향후 법 개정 절차와 여론의 추이 등을 살피며 사업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이 호텔을 한옥으로 된 고급 영빈관과 공연장, 갤러리 등 문화시설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기본 콘셉트만 잡았을 뿐 기본 설계 등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편, 교착 상태에 빠진 경복궁 옆 호텔 사업과는 달리 대한항공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하는 초고층 호텔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건설되는 73층짜리 윌셔그랜드 호텔은 지난달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마친 후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이 호텔 건설에 약 10억 달러(약 1조6천억원)를 투입해 2017년 완공 때까지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1만1천개의 일자리와 8천만 달러(약 849억원)의 세수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스앤젤레스 시정부는 호텔이 지역 경제에 주는 효과를 감안해 완공 후 25년 동안 숙박료의 14%에 해당하는 숙박세 면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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