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의 4대惡보험, MB 자전거보험 전철 우려

자전거보험 출시 5년 만에 20억 적자

정부 정책에 맞춰 금융당국이 각종 정책성 보험 상품 출시를 독려하고 있지만 보험사 수익성 악화와 실효성 논란 등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후속 조치로 '4대악(惡) 보험'과 장애인연금보험 등 정책성 보험이 줄줄이 출시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사회 안전망 강화라는 보험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 같은 보험들이 이명박 정부의 '자전거사랑'에 편승해 나왔던 자전거보험 등 실패한 정책성 보험의 전례를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왼쪽부터)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자료사진, 청와대 제공)
민주당 강기정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09~2013 자전거보험 현황'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 16,128건에 달했던 계약건수는 지난해 1/3(5,469건) 수준으로 급감했다.

금융당국의 대대적인 홍보에 힘입어 상품 출시 초기에는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정권 말로 갈수록 시장에서 점차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정책성 보험이 악화일로를 걷는 동안 정부 독려에 정책성 보험을 출시한 보험사들만 된서리를 맞았다.

자전거보험을 출시한 LIG손해보험·동부화재·메리츠화재·삼성화재·현대해상 등 5개 보험사가 지난 5년 동안 보험사가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금은 135억여 원이었지만 같은 기간 동안 지급한 보험금은 153억여 원으로 보험사가 20억 원 가까이 손해를 본 상태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자전거보험에서는 손해를 보고 있지만 다른 보험 상품에서 나고 있는 이익으로 상쇄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자전거보험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해당보험사의 일반보험 가입자들이 메우는 형태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관계자는 "손해율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할 새도 없이 금융당국에 의해 등떠밀리기 식으로 정책성 보험이 출시됐기 때문에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것이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단독실손형보험과 녹색자동차보험, 서민우대자동차보험 등도 정부 정책 방향을 따라 금융당국 권고로 출시된 정책성 보험이지만 당국의 의도와 다르게 시장에서는 점차 외면 받아 가입률이 미미하거나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문제는 올해 출시가 예정된 정책성 보험 중 상당수가 손해율 등이 제대로 계산되지 않은 채 출시된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손해율을 계산하려면 상품 판매 이후 2년 이상이 걸리는데 정책성 보험들은 기존 통계가 존재하지 않아 손해율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수익률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일반보험에 비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정책성 보험 출시를 앞둔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다만 "금융 당국의 권고로 만든 보험상품인 만큼 1년 정도 판매를 해본 뒤 지급보험금이 예상치를 웃돌며 수익률 문제가 불거지면 금융 당국 등과 협의를 거쳐 보험료 인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4대악 보험과 피싱·해킹 금융사기 보상보험의 경우 개인이 아닌 지자체와 금융사 등을 상대로 한 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실효성 논란, 2차 피해유발 우려, 정부 책임 떠넘기기 비판도

실효성 논란 등 정책성 보험이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성 보험으로 꼽히는 4대악(학교폭력·성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보험의 경우 피보험자는 피해자가 된다.

문제는 학교폭력 등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것을 꺼리는 것이 보통인데 이들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것이다.

특히 4대악 보험이 기존 상품과 다른 점은 정신적 피해까지 보상한다는 점인데 보상액을 산정하고, 피해 사실을 조사하는 과정 등 실제 보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피해사실을 보험사가 입증하는 과정에서 피해사실 여부를 둘러싼 공방 등으로 인해 2차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된 상태다.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민간 보험사에 전가한다는 점도 정책성 보험의 문제로 꼽힌다.

4월 20일 장애인에 날에 맞춰 출시될 예정인 장애인 연금보험이나 고령층 특화보험(노후실손보험) 등의 수요층은 정부가 정부 예산으로 공적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정부가 예산 등의 문제로 장애인 복지나 고령층을 상대로 한 건강보험 등을 제대로 제공할 수 없게 되자 그 책임을 '보험 상품 개발 독려'라는 이름으로 보험사에 전가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사회정책팀장은 "정책성 보험은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공공서비스의 문제를 개인이 보험료를 내고 나중에 보장받으라는 취지"라며 "공적체제가 잘 구축되고 추가로 필요한 경우 개인이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로 가야지 이를 민간 보험사들로 떠넘길 경우 공적 영역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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