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극우민족주의자 총맞은 변사체로 발견

"체첸전서 러'군인 고문·살해한 과격 분자"…러'당국 소행 등 추측 난무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정권 축출에 적극 참여한 우크라이나 극우민족주의 단체 지도자 중 한 명이 25일(현지시간) 괴한들에 납치된 뒤 총에 맞은 변사체로 발견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극우민족주의 단체 '프라비 섹토르'(우파진영)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우크라 사법당국과 러시아 수사당국 모두로부터 추적을 받던 알렉산드르 무지코(별명 사슈코 빌리)가 이날 새벽 우크라 서북부 도시 로브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무지코는 두 손이 등 뒤로 돌려진 채 수갑에 채워져 있었으며 가슴에 2발, 다리에 3발의 총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24일 밤 11시 40분께 로브노의 한 카페에 무장한 괴한들이 들이닥쳐 그곳에 있던 무지코와 동료들을 납치해 갔으며 이후 무지코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무지코와 함께 우파진영 대원들을 포함한 6명도 납치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의회 의원 알렉산드르 도니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괴한들이 자동차를 타고 가던 무지코 일행을 납치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도니이 의원은 "괴한들이 2대의 자동차로 무지코가 탄 차를 앞질서 가로막은 뒤 그를 끌어내려 자신들의 차로 옮겨 태운 뒤 손에 수갑을 채워 차 밖으로 내던지고는 가슴에 2발의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과 관련 우파진영은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이 무지코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무지코는 우크라이나 보안국에 청원서를 보내 사법기관들이 자신을 제거하거나 러시아 보안당국에 넘겨주려 하고 있다며 신변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파진영은 지난달 기존 야권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기간에 진압부대와의 무력 대결을 주도한 세력이다. 무지코는 이 기간에 로보노에서 주의회 회의를 소집해 의원들을 기관총으로 위협하며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축출을 선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에는 인터넷에 무지코가 로브노 검찰청을 찾아가 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검사들을 폭행하는 등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후 로브노주(州) 경찰은 무지코를 형사입건하고 지명수배에 나섰다. 아바코프 내무장관(경찰청장)도 무지코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 보안당국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러시아 법원은 앞서 12일 1990년대 중반 체첸전 당시 무지코가 러시아 군인들을 고문하고 살해한 혐의로 그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체첸이 러시아 연방을 상대로 벌인 제1차 체첸전(1994~96) 당시 무지코가 우크라이나 무장 극우민족주의단체 '우크라이나 국민자경단' 소속으로 다른 동료와 함께 전쟁에 참가해 러시아군을 상대로 싸웠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무지코가 체첸전 기간에 포로로 잡은 러시아 군인들로부터 정보를 빼내기 위해 군인들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살해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언에 따르면 무지코는 러시아군 포로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날카로운 물체로 눈을 찌르는가 하면 이와 손톱을 뽑는 등의 잔혹한 고문을 했으며 이후 목을 자르거나 총을 쏴 살해했다. 그가 살해한 러시아 군인만 20명이 넘는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지난 2000년 체첸의 한 마을에서 테러 작전 도중 생포한 우크라이나 극우민족주의 단체 소속 대원을 심문한 끝에 이 같은 정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무지코의 러시아군 학살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 특수부대가 그를 살해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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