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요 시상식 대상을 싹쓸이한 엑소(EXO)의 ‘늑대와 미녀’ 안무 내용이다. ‘늑대와 미녀’는 인간 소녀를 사랑하게 된 늑대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엑소는 가사 내용을 그대로 담은 안무로 노래의 전달력과 표현력, 설득력이 한층 더 빛을 봤다는 평가를 받았다. 돋보이는 음악과 세련된 안무로 엑소는 단숨에 주목받았고, ‘으르렁’까지 연속 히트 시켰다.
아이돌들의 안무가 달라졌다. 이전엔 오랜 연습이 엿보이는 ‘칼군무’나 눈길을 사로잡는 포인트 안무에 신경을 썼다면, 이제는 여기서 나아가 하나의 콘셉트 아래 가사와 안무, 의상까지 하나로 합해져 종합퍼포먼스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스토리를 담은 콘셉트 안무는 범람하는 아이돌들 사이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꼽힌다.
그룹 빅스도 스토리가 있는 안무로 주목받은 예다. 빅스에게 첫 지상파 1위를 안겨준 ‘저주인형’은 슬프면서도 애절한 가사와 멜로디를 안무로 표현했다. 때문에 잔혹성을 이유로 지상파 3사 음악프로그램에서 심의 불가판정을 받아 부득이하게 안무를 수정하기도 했다.
갓세븐은 ‘걸스걸스걸스’ 노래 가사에 맞춰 귀엽게 손가락을 모으고 돌리는가 하면 덤블링으로 파워풀함을 내세우는 반전무대로 화제가 됐다. 장난스럽지만 남성미가 엿보이는 갓세븐의 정체성이 안무로 드러났다.
소년공화국은 노래 제목 '비디오게임'처럼 실제로 비디오게임을 펼치는 모습을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듣는 음악에서 보이는 음악으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예전 남자 아이돌들은 춤, 노래, 의상을 각각 따로따로 고민하고 선보이는 일차원적인 무대였다면, 이제는 하나의 콘셉트 아래 노래가 만들어지고 안무, 의상까지 고민한다”며 “음악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단순한 안무가 아닌 종합퍼포먼스로 기획한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원테이크 촬영 기법을 이용하면 안무가 보다 생동감 넘치고 눈길이 가는 효과가 있다”며 “인터넷을 통해 무대 영상과 뮤직비디오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향유되면서 퍼포먼스 안에 더 많은 의미와 콘셉트를 응집해서 넣는 작업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안무가 어떻게 하면 더욱 돋보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단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