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실종기가 정확히 바다 어디에 있는지를 몰라 누구도 기체 인양을 장담할 수 없다.
바다에 떠있을 기체 잔해를 찾아 추락 추정 범위를 최대한 좁히는 방법이 그나마 최선이다. 실종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바닷속 블랙박스와 동체를 찾아야 확인된다.
호주, 중국, 미국 등이 참여하는 국제 수색팀은 25일 해상 잔해를 계속 찾기로 했으나 인도양에 풍랑과 강풍 등 기상 문제가 너무 심해 이날 하루 항공·선박 수색을 모두 중단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 추락 위치는 아직 '깜깜'
'실종기 비행이 인도양에서 끝났다'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의 발표는 위성 신호 분석으로 MH370기의 마지막 항공경로가 복원된 사실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경로는 사고기가 1시간에 1번 위성에 보낸 짤막한 신호(ping)만으로 구성한 것이라 대략적 추정 내용만 담았다. 비행기가 활공을 멈추고 바다에 떨어진 실제 위치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은 것이다.
분석을 맡은 영국 위성업체 인마샛(Inmarsat)의 크리스 맥러플린 부사장은 인디펜던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실종기가 어떤 속도로 비행했는지, 언제 연료가 떨어졌는지, 바다에 그냥 곤두박질한 것인지 활공하다 떨어졌는지, 화재 연기 때문에 평소보다 천천히 날았는지 등은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호주 등 당국은 이 경로를 참고해 지난 18일 수색 대상 해역을 좁힐 수 있었지만 아직 너무 넓어 무인 잠수함을 보내 바닷속을 뒤지는 작업은 할 수가 없다.
말레이시아 당국에 항공기 해저 인양 자문을 해주는 프랑스 민항기 사고 조사분석국(BIA)은 24일 성명에서 "정보 공유 업무를 맡던 직원 3명이 지난 주말 쿠알라룸푸르에서 복귀했다"며 "현재는 수색 대상이 너무 넓어 해저 수색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2009년 프랑스항공 AF 447기가 원인불명 사고로 대서양에 추락하자 장기간 탐사 끝에 2011년 사고기 블랙박스를 해저에서 건져냈다.
◇ 부유물 발견이 첫 단서
이 때문에 수색은 당분간 바다에 떠다닐 실종기 잔해를 찾는 것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실제 MH370기의 일부가 바다에서 발견되면 이 잔해가 바람과 조류에 떠내려온 과정을 역순으로 쫓아 추락 추정 위치를 대거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해양 전문가는 미국 CNN방송에 이 방식을 건초 몇 가닥을 토대로 건초더미 위치를 찾는 과정에 비유했다.
국제 수색대는 지금껏 나무판 등 실종기 잔해로 추정되는 '신빙성 있는' 부유물을 수차례 발견했지만 실제 물체를 배로 인양해 실종기 잔해임을 확인한 사례는 아직 없다.
수색기가 부유물을 찾아내 인양선을 불러도 물체가 풍랑과 복잡한 조류에 밀려 번번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수색 해역은 애초 세계에서 가장 기상 조건이 나쁜 바다 중 하나로 꼽힌다.
잔해 발견으로 추락 추정 위치가 더 좁혀지면 수중음파탐지기와 무인 잠수정(AUV) 등을 써 2천500∼4천m에 달하는 인도양 바닷속을 뒤지는 작업이 시작된다.
특히 미국 국방부는 블랙박스 탐지기와 4천500m 심해에서 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한 무인 탐사정을 1∼2일 내 호주로 급파해 수색에 참여시킬 예정이다.
이 블랙박스 탐지기는 배에 실으면 해저 6천m 내의 블랙박스 신호를 찾아낸다고 미국 해군은 23일 성명에서 전했다.
◇ 수수께끼 최종 답은 블랙박스에
사건 규명의 마지막 열쇠는 실종기 블랙박스에 담겨 있다. 이 장치에는 조종석 대화 녹음과 속도·엔진상태 등 운항 기록이 담겨 있어 사고 상황을 정확히 복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는 기체가 추락하면 자동으로 위치 신호를 발신하도록 설계됐지만 발신기 배터리의 수명은 규정상 30일이고 길어도 50여일을 넘지 않는다.
이 기한을 넘겨도 블랙박스가 나오지 않는다면 수색은 크게 꼬이게 된다. 미국 CBS 방송은 "잔해와 블랙박스 인양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블랙박스가 발견되어도 정보 분석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진상 발표까지는 통상 긴 시간이 걸린다. 2009년 발생한 프랑스항공 추락사건은 해저에서 블랙박스가 발견된 지 1년이 넘은 2012년 7월에야 최종 사고 보고서가 나왔다고 가디언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