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법원, 무르시 지지자 529명에 사형 선고(종합)

이집트 사상 첫 대규모 사형 선고…무슬림형제단 "인민 재판" 반발

이집트 법원이 지난해 군부에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자 수백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이집트 국영 나일TV 등 현지 언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 남부의 민야지방법원은 이날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무르시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 회원을 포함해 모두 529명에게 사형을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사법부 역사상 이같이 집단 사형 선고가 내려지기는 처음이라고 피고인 측은 밝혔다.

법원은 그러나 사형 판결을 내린 구체적인 근거는 설명하지 않았다.

현지 TV 화면을 보면 선고 직후 피고인 가족 등 수십명이 민야법원 주변에서 오열을 하거나 항의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무르시 지지자 일부는 이번 선고에 반발해 거리에서 불을 지르기도 했다고 국영TV는 전했다.

이들 피고인 대다수는 지난해 8월14일 군인과 경찰이 카이로 라바광장에서 무르시 지지파를 무력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백명이 숨지자 이에 경찰관과 경찰 시설을 겨냥해 항의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이집트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경찰관 1명 살해와 다른 경찰관 2명에 대한 살인 미수, 경찰서 습격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전체 피고인 545명 가운데 529명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졌으며 이날 법정에는 123명만이 출석했다. 도주하거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나머지 피고인들은 법정에 나오지 않은 채 사형 선고를 받았다고 사법부의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재판에서 16명에게만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피고인 측 변호사는 "지난 22일 첫 재판이 열리고 나서 두 차례 공판 끝에 선고가 내려졌다"며 "제대로 변론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선고 결과를 비판했다.

이번 판결에 피고인 측은 항소할 수 있다.

무슬림형제단도 "인민 재판"이라고 비난했고 이집트의 한 인권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재판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이집트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오는 6월 전후로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군부가 무슬림형제단에 사전 경고를 내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군부 반대 입장을 보인 수백명을 집단 사형으로 처단하려는 목적보다는 대선을 방해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 정치적 사법 결정이라는 의미다.

실제 이번 판결이 군부 최고 실세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에 앞서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이집트 군부와 국영 매체는 그간 당선이 가장 유력한 엘시시의 대선 출마를 노골적으로 촉구해 왔으며 군최고위원회(SCAF)는 지난 1월 엘시시의 대선 출마를 공식 승인한 바 있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을 주축으로 한 이슬람 세력은 군부가 주도하는 과도정부에 무르시 복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지속적으로 벌여 왔다.

이들은 또 과도정부가 지난해 12월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공식 지정한 이래 주말마다 군부 반대 시위를 전개해 왔다.

이집트 정부는 무르시 정권 붕괴 후 카이로와 시나이반도 등 전역에서 벌어진 각종 테러 배후로 무슬림형제단을 지목했으나 무슬림형제단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오는 25일 민야에서는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다른 무르시 지지자 683명에 대한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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