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학생 잇단 헌법기관 점거로 '헌정 위기'(종합)

28개 대학 학생단체 파업 선언…'혼돈 속' 정국

대만이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비준에 반대하는 학생단체의 입법원(국회), 행정원(중앙정부) 등 주요 헌법기관 점거 사태와 이에 대응한 경찰의 강제 진압이 이어지면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만 학생운동 단체의 입법원 본회의장 점거 7일째를 맞은 24일 대만대, 정치대, 칭화대 등 28개 대학 학생단체는 점거 농성 지지를 선언하고, 서비스 무역협정 비준안 철회 등을 요구하며 동시 파업을 결의했다.

이들은 이날 새벽 경찰이 시위 진압용 살수차 등을 동원해 타이베이 행정원 청사 정문 등을 포위하고 있던 학생단체 소속 대학생과 시민 등을 강제 해산한 것과 관련해서도 '국가 폭력'이라고 주장하며 공권력 사용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시위를 이끄는 학생운동 단체 지도부는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강제 해산에 대한 책임을 물어 행정원장(총리)과 경정서장(경찰청장)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제1 야당인 민진당은 이날 집권 국민당이 불참한 가운데 입법원 8개 상임위원회 전체 회의를 열고 서비스무역협정 비준안 철회와 중국과의 재협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학생운동 단체는 앞서 국민당이 일방적으로 서비스무역협정 비준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키자 지난 18일 밤 비준안의 입법원 본회의 심의 저지를 위해 본회의장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 협정이 발효되면 대만 경제의 중국 종속이 가속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총통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에서 "공공건물에 대한 불법 점거 시도를 앞으로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이화(江宜樺) 행정원장(총리)도 마잉주(馬英九) 총통과 관계 장관 등이 참석한 회의 직후 학생단체의 통제 불능의 행동 때문에 정부가 강제 진압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만 학생운동 단체 강경파는 전날 오후 7시30분께 입법원에서 500여m 거리에 있는 행정원 청사에 진입해 사무실 일부와 정문 등을 돌발적으로 점거했다. 시위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경찰은 진압 경관 등 2천여 명을 투입해 이들을 강제 해산했다.

해산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 참가자가 충돌해 110여 명이 부상하고 61명이 체포됐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정도가 가벼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새벽 7차례에 걸친 강제 해산 조치 이후에도 행정원 청사 주변에서 산발적인 시위와 충돌이 이어졌다.

대만 당국은 행정원 점거 과정에서 집기 등이 훼손됐으나 공공문서 유출 피해 등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평화시위를 선언한 입법원 본회의장 점거 학생들은 강제 해산하지 않았다.

왕진핑(王金平) 입법원장(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여·야 협상을 중재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한편,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대만 학생들이 현상 유지에만 매몰되고 변화를 선택하려는 용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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