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배 '바가지' 계약…브라질 대통령 연임 도전에 악재

국영기업 이사회 의장 시절 계약…야당 국정조사 요구

오는 10월 연임에 도전하는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가 대형 악재를 만났다.

에너지 국영기업 '페트로브라스' 이사회 의장 시절 미국 정유시설의 지분 일부를 무려 28배나 더 비싸게 산 사실이 밝혀지며 야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 터무니없는 고가 매입 사안은 호세프가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이사회 의장직을 겸임하던 2006년에 일어났다.

당시 페트로브라스는 '아스트라 오일트레이딩'이란 벨기에 회사로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정유시설 지분 절반을 3억6천만 달러(약 3천900억원)에 매입했다.


이는 1년 전 아스트라가 이 정유시설을 산 가격 4천250만 달러의 약 8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이에 더해 2007년 아스트라는 '계약서 상 풋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팔 권리)을 행사하겠다'며 나머지 지분을 고가에 페트로브라스에 떠넘기기까지 했다.

페트로브라스는 이를 거부하고 법정다툼을 벌였으나 패했다. 결국 아스트라 원래 구입가의 28배인 11억8천만 달러를 주고 정유시설 전부를 살 수밖에 없었다.

이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계약의 책임 소재를 놓고 당시 페트로브라스의 수장이었던 호세프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제1 야당인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대선후보 아에시오 네베스 연방상원의원은 경찰조사와 더불어 국회가 국정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호세프가 당시 계약서 내용을 정확히 보고받지 못했다며 풋옵션 등이 있는 걸 알았다면 당연히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페트로브라스는 브라질에서 무능과 비리의 온상이다. 지난 4년의 호세프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계속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달 초에도 브라질 검찰은 페트로브라스 임직원들이 1억3천900만 달러의 뇌물을 받고 한 외국 회사와 시추계약을 맺었다며 이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오는 10월 대선에서 호세프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점치고 있다.

호세프의 노동자당(PT)과 우호적인 상·하원 원내 1당 민주운동당(PMDB)이 이 이슈를 국정 전면에 올려놓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의 예상 득표율은 43%로 야당 후보인 네베스 의원(15%)을 크게 앞서고 있다.

다만, FT는 민주운동당이 호세프의 다음 임기에 각종 요직 등을 보장받으려고 일부러 페트로브라스 문제를 계속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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