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대만 총통, 학생시위로 '정치적 위기'

"급진 친중 정책이 반발 불러"…조기 레임덕 해석도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집권 2기 3년차를 맞아 학생단체에 의한 잇단 헌법기관 점거 사태로 중대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마 총통이 임기 2년여를 앞두고 벌써 '레임덕'을 겪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대만의 급진 인사들은 이번 사태를 '대만의 톈안먼(天安門) 사태' '해바라기 혁명' 등으로까지 확대해 표현하며 마잉주 정부를 자극하고 있다.

학생운동 단체의 잇따른 입법원(국회)과 행정원(중앙정부) 청사 점거 시위는 집권 국민당이 일방적으로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비준안 처리를 추진한 것이 촉매제가 됐다.

지난해 6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에 체결된 이 협정은 전자상거래, 금융, 의료, 통신, 여행, 운수, 문화창작 등 서비스 산업분야 시장을 대폭 개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협정으로 중국은 대만에 80개 항목, 대만은 중국에 64개 항목 서비스 산업을 개방하게 된다.

서비스 산업 관련 업자들과 야당 등은 즉각 반발했다. 특히 야권의 대중국 경제 종속 문제를 내세웠다.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층은 미래 일자리 축소 등의 우려를 표시하며 이에 가세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학생 시위는 궁극적으로는 마 총통이 2008년 집권 이후 추진해온 급진적인 친중국 정책 노선에 대한 반발 성격이라고 설명한다.

대(對) 중국 정책을 놓고 사회적인 분열이 벌어지는 상징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대만에선 과거부터 친중국 성향의 국민당과 대만독립론을 주장하는 민진당이 정치적으로 극단적으로 다른 대중국 노선을 보이며 갈등했다.


마잉주 총통이 국민당 내부에서도 각 계파의 견제를 받는 점도 그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왕진핑(王金平) 입법원장(국회의장)은 지난 21일 마 총통의 SOS 요청을 뿌리쳤다.

마 총통은 부총통과 총리, 입법원장 등이 참가하는 국가 수뇌부 회의를 열어 학생 시위 사태 해법을 찾을 계획이었지만 왕 입법원장이 입법원 점거 사태는 입법원 내 문제라며 참석을 거부해 이 회의가 무산됐다.

이를 놓고 타이베이 정가에선 지난해 9월 왕 입법원장의 당적 박탈 문제를 놓고 두 사람이 갈등을 빚은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당 내에서도 오는 11월 지방 동시선거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하오룽빈(하<赤+우부방>龍斌) 타이베이 시장을 비롯한 국민당 내 일부 인사들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이 패한다면 마 총통이 당 주석 자리를 내놔야 한다고 압박했다.

지지율이 9%대에까지 떨어진 마 총통과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마 총통의 친중국 정책이 당 안팎의 '견제'를 받으면서 최근 가속하고 있는 양안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내달로 잠정 예정됐던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장즈쥔(張志軍) 주임의 대만 답방 일정 연기론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다 논란이 된 서비스무역협정뿐만 아니라 상반기 중 잠정 타결이 예정됐던 중국과의 제품무역협정 논의도 대만 내 분위기상 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의 인터넷 청원사이트에는 최근 양안 서비스무역협정 철회를 촉구하는 대만인 등 11만여 명의 온라인 서명이 잇따르는 등 관련 파장이 시간이 지날수록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립 대만 정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류푸쿼 전문연구원은 "대만이 중대한 위기에 놓였다"면서 "총통이나 학생 시위대, 여야 모두 지혜를 발휘해 대만의 민주주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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